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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영화잡지에는 무엇이 실려 있었을까

월간<스크린>으로 보는 30년 전 한국영화의 풍경

1996년 영화잡지에는 무엇이 실려 있었을까
월간<스크린>으로 보는 30년 전 한국영화의 풍경

글: 조준형(한국영상자료원)

최근 영상자료원은 <월간 스크린 컬렉션 1996~2000>을 공개했다. 홍보 담당자가 좀 색다른 방식을 써보자며 제안한 것이, 올해로부터 꼭 30년 전인 1996년 월간 <스크린>을 통해 당시 한국영화의 모습을 이미지로 보여주자는 것이었다. 좋은 아이디어라고 찬성했는데, 그렇다고 1996년이 다른 해에 비해 유독 특별한 해인 것은 아니다. 1980년대 중후반 이후 2000년대 초까지 한국영화사에서 특별하지 않은 해를 찾기 힘들 만큼 모든 해가 다이내믹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왜 하필 1996년이냐고는 묻지 마시라. 십진법이 지닌 마법의 힘을 빌려 홍보를 해보고자 했을 따름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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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 <스크린> 1996년 표지 모음

그렇다고 1996년이 평범한 해였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한국영화사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 두 가지와 기억할 만한 영화 몇 편이 등장한 해이기 때문이다.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출범과 사전심의를 규정한 영화법 제21조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이 그것이다. 한국영화사 전체의 사건을 100개로 추린다 해도 빠지지 않을 일들이다. 이 해 개봉한 주목할 만한 한국영화들로는 강제규의 <은행나무 침대〉, 장선우의 <꽃잎〉, 김홍준의 <정글 스토리〉, 홍상수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이명세의 <지독한 사랑>, 임권택의 <축제>, 박광수의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김용태의 <미지왕>, 김기덕의 <악어>, 임순례의 <세 친구> 등을 들 수 있다. 김홍준, 홍상수, 김용태, 김기덕, 임순례가 이 해에 데뷔했다. 그 가운데 한 편을 꼽자면 홍상수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이라는 기념비적인 데뷔작을 들 수 있다. 한국영화의 문법과 형식, 의미를 바꿔놓은 기념비적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흔히 2003년을 한국영화 창의력이 폭발한 해로 꼽고 필자 역시 그 의견에 동의하지만, 1996년 또한 결코 만만한 해는 아니었다.

외화로는 마이클 베이의 <더 록>, 롤랜드 에머리히의 <인디펜던스 데이>, 브라이언 드 팔마의 <미션 임파서블>, 마이클 만의 <히트>, 데이비드 핀처의 <세븐>,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비포 선라이즈>,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가 개봉했다. 이 작품들은 그 해 한국에서도 흥행에 성공했고,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관객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감독으로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열풍을 빼놓을 수 없다. 1994년 <펄프 픽션>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타란티노는 이미 그때부터 이름이 알려지기는 했으나, 1996년 그의 데뷔작 <저수지의 개들>과 옴니버스 영화 <포 룸>이 한국에서 개봉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비디오 점원 출신 영화광이라는 독특한 이력이 당시 영화팬들의 상상력을 자극한 덕분이기도 했을 것이다. 한편 1995년 코아 아트홀에서 개봉해 10만 관객을 동원한 타르코프스키의 <희생> 열풍은 1996년에도 이어졌다. 타르코프스키의 <향수>, 앙겔로풀로스의 <안개 속의 풍경>과 <율리시즈의 시선>, 키아로스타미의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등이 잇달아 개봉하며 기대 이상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이 해 <스크린> 독자들이 선정한 한국영화 남자 배우는 정우성, 박중훈, 김민종, 한석규 순이었고, 여자 배우는 심혜진, 정선경, 심은하, 이정현 순이었다. 그 해 개봉작들과 연관 지어 선정한 결과였는데, 개별 영화와는 별개로 당시 <스크린> 지면에서 체감상 인기는 정우성, 이정재, 이병헌 등 신인 남자 스타들에게 집중된 느낌이다. 해외 남자 배우로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장국영, 톰 크루즈, 브래드 피트 순이었고, 여자 배우로는 멕 라이언, 샤론 스톤, 산드라 불록, 데미 무어 순이었다.

한편 이 시기 월간 <스크린>에는 흥미로운 변화가 하나 나타난다. 인터넷을 통한 영화 관련 웹사이트들이 소개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출발점은 1996년 5월호의 기획특집 영화 정보의 바다 인터넷 시네마였다. 이후 영화 사이트들을 하나씩 소개하는 코너도 등장했다. 당시 <스크린> 편집진의 회고에 따르면, 1996년 2월 처음으로 스크린 사무실에 인터넷이 연결되었다고 한다. 바야흐로 인터넷 시대의 서막이었다.

그럼 이제 이 풍경들을 당시 <스크린>의 지면들을 통해 간단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 이미지를 클릭하면 확대해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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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통권 152호 (1996년 10월)

문성근, 김연주의 사회로 진행된 개막식은 문정수 조직위원장(부산광역시 시장)의 ”부산국제영화제는 세계 모든 영화와 모든 사람에 대해 열려있다“라는 환영사로 시작되었다. 수영만 요트경기장 광장에 설치된 가로 33미터 세로 18.5미터의 대형 옥외 스크린 앞에 처음 선 ‘영화 친구’들은 세계 각지에서 날아온 장위엔 감독, 오구리 고헤이 감독, 자크 오디에 감독, 재일교포 김덕철 감독 등을 비롯해, 한국의 유현목, 이장호, 장선우, 박철수, 강우석, 여균동, 이명세, 강제규, 김성수, 임순례, 변영주 감독 등. 이어서 30도 각도로 기울어져 있던 대형 스크린이 수직으로 펼쳐지며 오프닝 작 <비밀과 거짓말>이 상영되기 시작했다. 행사장을 배운 6천 여 영화관객들은 영화인들이 소개될 때마다 환호와 박수로 환영했으며, 영화제는 이 순간부터 영화인과 관객이 함께 하는 축제의 자리가 되었다. (10월호, 206쪽 / PDF 179p)




스크린 통권 153호 (1996년 11월)

지난 10월 4일, 헌법재판소는 영화 사전 심의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오랫동안 영화인들을 옭죄는 족쇄로 악용되었던 사전심의가 없어지게 된 것이다. 우리 영화 역사의 한 획을 긋는 획기적인 사건으로 기록될만한 이 판결은 만세라도 부르며 반결 일이지만, 걱정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은 만큼 이에 대한 책임 또한 막중하기 때문이다.(11월호, 186쪽 / PDF 171p)




스크린 통권 150호 (1996년 08월)

<저수지의 개들>(1992)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펄프 픽션>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크엔틴 타린티노에 대한 관심은 어느 록 스타의 인기에 뒤지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도 동양의 왕가위와 미국의 타란티노는 ‘신드롬’이라 불릴만한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동경의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하다. (8월호, 183쪽 / PDF 150)




스크린 통권 147호 (1996년 05월)

한국영화계에 보기 드문 작가영화가 배출되었다. 안정적인 시네마떼끄의 조직망도 없고, 자본회수를 보장해 줄 관객층도 아직 덜 형성되어 있으며, 기이한 예술 애호증에 걸린 독지가도 없는 마당에 한국영화판에서 진지한 작가의식을 담은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분명 오락영화보다도 더 큰 도박이자 모험이다.. 필연보다 더 자주 세상을 지배하는 우연성 속에서, 서로간의 외면적 태도를 통해서만 교감하는 일상인들의 삶이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속에 있다. (5월호, 181쪽 / PDF 168p)




스크린 통권 147호 (1996년 05월)

우리는 이제 사이버 스페이스가 영화의 소재이던 ‘신기함’ 혹은 ‘타자’의 시대를 벗어나 그것이 영화에 관련된 최신의 그리고 확고한 정보망을 구축하고 있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이른바 ‘인터넷’이라 불리우는 ‘정보통신망의 일상침투’가 영화를 대상으로 이미 영화광들의 머릿속과 마우스 버튼에 녹아들고 있다. (5월호, 191쪽 / PDF 17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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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통권 151호 (1996년 09월), 스크린 통권 150호 (1996년 08월)

이변이라면 이변! 세계 극장가에 유래 없는 예술영화 흥행성공이라는 기이한 기록을 세운 한국 영화계, 지난해 왕가위 신드롬이 불 때부터 심상치 않았지만, 올해는 안드레이 따르코프스키 감독의 <노스텔지아>나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의 두 편의 영화, 게다가 이란영화 <내 친구 집은 어디인가>까지 개봉되며 이례적인 예술의 영화의 '고정관객 다지기'가 실현된 한해였다. 주로 백두대간이 수입, 배급하고 동숭 씨네마텍의 예술영화 전용관과 종로 코아아트홀을 중심으로 개봉된 이들 예술영화들은, 12월 현재까지 그 편수만도 14편에 이르며 이중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와 <안개 속의 풍경>은 각각 6만 5천명 이상의 관객을 불러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9월호, 186쪽 / PDF 173p, 8월호, 162쪽 / PDF 12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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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통권 154호 (1996년 12월)

<스크린> 독자들은 소년에서 청년으로 보기 좋게 커가고 있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올해의 배우로 뽑았다. 그의 아름다운 선전 속에는, 이미 보여준 것에 대한 만족과, 앞으로 보여줄 것에 대한 팬들의 기대가 함께 담겨있다. 하반기 내내 화제가 되고 있는 <로미오 & 줄리엣>과 로버트 드 니로와 한 프레임 속에 등장할 <마빈의 방>, 그리고 헤로인 중독에 허덕인 '한 때‘를 보여줄 <바스켓볼 다이어리> 등이 줄줄이 개봉되고 나면, 으아아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우리 시대의 배우 등극', 뭐 이런 현실 에 직면할 날도 멀지 않았다.(12월호, 162쪽 / PDF 141p)




스크린 통권 154호 (1996년 12월)

-<스크린> 독자들이 선정한 올해의 배우 첫번째는 정우성이 차지했다. 장현수 감독의 <본투킬>과 서극 감독의 <상해탄>에 출연하며 성실하게 한해를 보낸 덕분일까. 대다수의 독자들이, 어눌함과 고독이 묻어나는 그의 독특한 분위기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12월호, 166쪽 / PDF 145p)
-올 한해 활약이 가장 돋보인 배우는 심혜진이다. 그는 <은행나무 침대>와 <박봉곤 가출사건>으로 자신의 두가지 트레이드 마크-지적인 현대여성, 대책없는 푼수-를 깔끔하게 마스터 했다. (12월호, 167쪽 / PDF 14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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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스크린> 컬렉션 1996 
1996년 개봉한 세 편의 외화들 <미션 임파서블> <히트> <더 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