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밤, 뉴욕을 밝히다
미국 현대미술관(MoMA)에서 성황리에 열린 기획전 ‘서울의 밤 - 한국영화에 대한 개인적인 기억들’
서울의 밤, 뉴욕을 밝히다
미국 현대미술관(MoMA)에서 성황리에 열린 기획전 ‘서울의 밤 - 한국영화에 대한 개인적인 기억들’
글, 사진: 오성지(한국영상자료원)

* 뉴욕 MoMA 전경
“티켓이 너무 많이 나가서 작은 극장에서 400석 극장으로 옮겼어.” 그러더니, “티켓이 글쎄 500장이 나갔어.” 하루도 안 되서 또 다른 정보를 준다. 티켓 발급이 된 후에도 극장을 옮길 수 있나 신기했는데, 400석 극장에서 상영하는데 티켓이 500장 나갔다니 이건 또 뭔 말인지 싶었다. 여하튼 영화 상영일, 서울에서 오신 감독님과 함께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러 갔다. 그런데, 정말 관객들이 아주 긴 줄을 만들고 있었다. 같이 기획전을 준비한 데이브와 스티브는 ‘젊은 관객들이 이렇게 많이 오다니, 이건 뭐지?’ 하는 얼굴을 하고 있다. 윤가은 감독님 역시 놀라신 얼굴, <세계의 주인>(감독 윤가은, 2025)의 MoMA 첫 상영 모습이다.

* MoMA 기획전 ‘서울의 밤 - 한국영화에 대한 개인적인 기억들(Seoul after Dark – Personal Memories of Korean Cinema)’ 메인 이미지
2월 4일부터 25일까지 미국 뉴욕 MoMA에서 장편영화 20편과 단편영화 4편이 상영된 ‘한국 영화 기획전’은 2025년 해외에서 한국 영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소개하기 위해 준비된 여러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2025년은 이미 극장 일정이 꽉 차 있다고 해서 2026년 2월로 일정을 결정한 후, MoMA 측 담당자인 데이브 커와 어떤 한국 영화들을 뉴욕 관객, 특히 MOMA 관객에게 선보일까 궁리했다. 이미 2024년 뉴욕 링컨센터에서 ‘1960년대 한국 고전영화’가 소개되었고, 2026년에도 같은 곳에서 1970년대 영화들이 상영될 예정이어서 MoMA 프로그램은 조금 색다르길 원했다. 해외에서 항상 소개되는 ‘한국 영화 대표작’이 아닌 무언가 개인적인 기억과 애정이 들어가 있는 ‘사적인’ 영화였으면 해서 영화감독, 미술감독, 배우 등 영화인 8명에게 뉴욕 관객에게 소개하고 싶은 본인들이 작업한 영화 중 1~2편, 그리고 영상자료원이 복원한 영화 중 2~3편의 리스트를 받기로 했다. 물론 영상자료원과 MoMA도 각자의 리스트를 만들기로 했다. MoMA의 큐레이터인 데이브는 누아르 장르의 영화를 골랐고, 영상자료원은 단편영화를 선정했다. 감독들도 본인들이 애정하는 혹은 잘 알려지지 않아 이번 기회에 뉴욕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를 골랐다.
결과적으로 재미있는 리스트와 나왔고, 프로그램명은 데이브가 ‘서울의 밤(Seoul after Dark)’을, 나는 ‘한국영화에 대한 개인적인 기억들(Personal Memories of Korean Cinema)”라고 제안해 결국 절충한 ‘서울의 밤 - 한국영화에 대한 개인적인 기억들(Seoul after Dark – Personal Memories of Korean Cinema)’이라고 정했다. 해외 배급사가 있는 영화들은 MoMA 측에서 그리고 나머지 영화들은 영상자료원에서 상영 허가를 받기로 했다.

상영과 함께 여러 영화인을 초청하여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고 싶었으나 역시 예산 문제로 윤가은 감독님만 참석하기로 했고, 첫날 상영인 자료원 복원작 <최후의 증인>(감독 이두용, 1980)과 <세계의 주인> 관객과의 대화를 위해 필자가 첫 주 상영에 참석하기로 했다. 윤가은 감독님의 <세계의 주인>은 MoMA 측에서 깜짝 놀랄 정도로 관객이 많이 왔는데, 영화가 끝난 후에도 감독님께 질문하기 위해 많은 분이 남아 있었다. 또한 하명중 배우님이 주연한 <최후의 증인>과 <화분>(감독 하길종, 1972) 그리고 연출하신 <태>(하명중, 1986)가 상영되어 배우님이 너무 기뻐하셨고, 박찬욱 감독님의 <아가씨>와 <박쥐>가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에 상영되어 관객들이 센스 있다며 즐거워했다. 유태오 배우님 역시 <로그인 벨지움>(감독 유태오, 2021)의 상영이 기쁘셨는지 본인 인스타에 홍보를 많이 해주셨다.

* (왼쪽부터) 오성지 프로그래머, 통역, 윤가은 감독, 데이브 커 큐레이터
아쉬웠던 것은 폭설로 인해 상영 일정이 몇 차례 변경되었고, 김지운 감독님의 <달콤한 인생>이 북미 배급사의 사정으로 공지 후에 취소되었다는 거다. 그러나 총 7,044명으로 다녀가 MoMA 측 이야기로는 매우 흡족한 스코어라고 한다. 거의 반년 동안 준비한 손이 많이 가는 프로그램이었지만 눈바람이 치는 추운 날씨에도 극장에 많은 관객이 찾아와 보람 있었고, 윤가은 감독님과의 관객과의 대화도 너무 즐거웠다. 무엇보다도 흔쾌히 리스트를 주신 8명의 감독님, 미술감독님, 배우님 정말 감사합니다!
8인의 한국 영화 추천작 목록
박찬욱 감독
<최후의 증인>, <태>
봉준호 감독
<꼬방동네 사람들>,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과부춤>, <개그맨>, <화분>
홍상수 감독
<춘향뎐>
황동혁 감독
<오발탄>, <기쁜 우리 젊은 날>
이창동 감독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바보들의 행진>, <휴일>
윤가은 감독
<낮은 목소리-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류성희 미술감독
<하녀>, <지구를 지켜라>
유태오 배우 겸 감독
<접속>, <플란다스의 개>, <8월의 크리스마스>
한국영상자료원(KOFA)
<서울 7000>, <지리멸렬>, <우중 산책>, <슬픈 열대>, <2001 이매진>
MoMA (데이브 커)
<지옥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검은 머리>,<쉬리>, <살인의 추억>, <올드보이>, <달콤한 인생>, <추격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