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전영화 유튜브, 100만의 이유
유튜브 운영자 김봉영 인터뷰
한국고전영화 유튜브, 100만의 이유
유튜브 운영자 김봉영 인터뷰
글: 조현나(씨네21)
사진: 백종헌(씨네21)

한국영상자료원의 유튜브 채널 ‘한국고전영화’가 지난 11월 100만 구독자를 달성했다. 2019년 38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던 한국고전영화 채널이 7년 만에 약 2배에 이르는 구독자를 모객할 수 있었던 데에는 김봉영 한국영상자료원 프로그램팀 팀장의 역할이 컸다. 1998년 한국영상자료원에 입사해 프로그램팀 외에도 여러 부서를 거쳐 온 김봉영 팀장은 오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한국고전영화 채널의 특성을 강화해 운영해 왔다. 한국고전영화 채널이 100만 구독자를 달성하기까지 김봉영 팀장이 시도해 온 콘텐츠 제작 및 큐레이션 비하인드를 전한다.

2019년부터 한국고전영화 유튜브 채널의 운영을 맡아왔다. 기존의 운영 방식과 어떤 요소를 차별화하고자 했나.
말한 대로 2019년 온라인 VOD 서비스 업무를 맡게 되면서 한국고전영화 유튜브채널 운영을 시작했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오래 근무하다 보니 국제교류, 해외영화 프로그램, 수집, 보존, 복원 등 안 해본 업무가 없다. 그 덕에 아날로그·디지털 영화에 대한 이해가 있어 어렵지 않게 유튜브 운영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유튜브라는 디지털 매체, 디지털 플랫폼의 특성에 맞춘 접근이 필요했고 저작권 계약 등 실무적으로 챙겨야 할 일들이 만만치 않았다. KMDb 온라인콘텐츠 관련 일도 병행해야 했기에 첫해에는 전임자의 업무를 안정적으로 인수받는 것에 집중했다. 그 뒤로 채널을 활성화하기 위해 여러 변화를 주었다. 첫째로 월 1회 신규 영화를 올리던 것을 월 2회로 늘렸고, SD 화질의 영화를 HD로 교체했으며 현재는 4K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다. 고화질로 복원된 영화는 관객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기 때문에 무척 의미 있는 변화다. 그 밖에도 추천작을 골라 유튜브 ‘재생목록’을 제공하는 것 또한 차별화된 지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2025년 유튜브 트래픽은 재생목록이 38%를, 추천 동영상이 약 30%를 차지한다. 이를 토대로 보면 재생목록을 다양하게 구성해 제공하는 것이 구독자 및 조회수 증가에 큰 효과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쇼츠 제작 및 업로드를 시작한 것 또한 눈에 띄는 변화다.
본래 본편 관람을 유도할 목적으로 시작했다. 직관적으로 즐길 수 있는 작품들, 최근엔 애니메이션 위주로 쇼츠를 제작해 올리고 있는데 꾸준히 만들다 보니 어느새 구독자들이 독자적으로 즐기는 콘텐츠가 되어 있더라. <월급쟁이>(1962), <빨간 마후라>(1964) 등 일부 작품의 경우 댓글란에서 구독자 간 크고 작은 논쟁이 오가기도 한다. 내겐 여러모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유튜브에 올릴 작품은 어떤 기준을 거쳐 선정하나.
업로드 할 작품을 선정할 때 실제로 많은 제약이 작용한다. 35mm 아날로그 필름 영화일 경우 디지털 리마스터링이 되어 있는지, 저작권자에게 연락해 판권 계약을 할 수 있는지 등 실질적인 서비스가 가능한 작품인지를 먼저 판단한다. 여기에 작품성, 예술성, 화제성과 같은 요소 또한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사실 새로운 작품을 선정하는 것보다 새 영화를 올리기 위해 기존에 업로드 된 영화 중 내릴 작품을 고르는 일이 더 어렵다. 연말에는 연구자와 평론가들을 모시고 자문위원회도 진행하고 있다.
<청춘의 십자로>(1934)부터 <여섯 개의 시선>(2003)까지 유튜브에 올라 온 영화의 제작·개봉 연도의 폭이 굉장히 넓다. 이에 관한 기준이 내부적으로 정해져 있는지 궁금하다.
한국 고전영화에서의 ‘고전’은 시기가 정해지지 않은 표현이자 개념이다. 실무적으로는 대략 2000년대 이전 영화로 기준을 잡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작품들도 서비스하고 싶지만 메이저 배급사의 영화들이 많아 판권 협의가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유튜브 댓글을 보면 연구자, 시네필, 외국인 등 구독자층이 무척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구독자마다 선호하는 영화 장르, 재생목록 등이 다를 듯한데.
일반 영화 애호가들과 연구자, 시네필은 각각 다른 관람 형태를 보이는데 아마도 이용 목적 자체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재생목록으로 예를 들자면 연구자, 전공자들은 ‘메가폰을 든 여성들 : 박남옥, 홍은원, 최은희’. ‘이만희, 유현목 컬렉션’과 같은 재생목록에 더 관심을 두고, 시네필들은 ‘이데올로기의 비극’, ‘종이에서 스크린으로’와 같은 주제의 재생목록을 흥미로워하지 않을까 싶다. 그밖에 영화애호가들을 위해선 새로운 영화가 유튜브에 공개될 때 그에 맞춰 다른 작품을 묶어 추천한다. <고래사냥 2>(1985)를 업로드 할 때 <고래사냥>(1984)을 한 재생목록으로 엮는 식이다. 해외 이용자를 위해선 영어 자막 외에도 인도네시아어, 베트남어, 태국어, 아랍어, 말레이시아어 등 다국어 자막 서비스를 제공한다.

업로드된 후 예상보다 반응이 좋았던 작품은 무엇이었나.
장르영화같이 재밌고 화제성을 겸비한 작품보다는 과거의 모습, 시대상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가 반응이 좋은 때가 많았다. <수학여행>(1968), <고교얄개>(1976), <도시로 간 처녀>(1981) 등이 그에 해당한다. 한편, 기대보다 호응이 컸던 영화도 있다. 대표적으로 <뽕>(1985)과 <앵무새 몸으로 울었다>(1982) 등이 있다. 채널 구독자 증가 폭이 정체되었을 때 ‘에.로.틱.하.다’라는 제목의 재생목록으로 <뽕>, <사방지>(1988), <화녀82>(1982), <독짓는 늙은이>(1969), <산불>(1967), <춘몽>(1965)을 편성한 적이 있다. 이는 현재까지도 인기 있는 플레이리스트다.
유튜브를 운영하며 가장 뿌듯한 순간, 반대로 아쉬운 순간을 공유해 준다면.
출근하면 조회수와 댓글 등 구독자, 이용자들의 반응을 확인한다. 감사하다는 댓글이 대부분인데 오히려 내가 드리고 싶은 말이다. 보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한편, 보고 싶은 작품을 요청하거나 더 많은 작품을 올려달라는 댓글도 종종 있다. 저작권자가 없어 판권 계약이 어렵거나 아직 디지털화 작업이 되기 전일 경우, 작품성이나 제작 시기 등이 고전의 범주에 들지 못하는 경우 서비스를 할 수 없어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유튜브 채널 구독자 100만을 달성하기 전후로 내부에선 어떤 이야기가 오갔나.
올해 초 유튜브 구독자 수가 약 93만 명이었다. 12월 쯤 100만 구독자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는데 상반기에 구독자 증가 폭이 정체돼 어렵지 않을까 싶었다. 김홍준 한국영상자료원장님께서 유튜브 채널에 대한 애정이 크셔서 종종 100만 구독자 달성 여부를 물어보시곤 했다. 그러니 어떻게 신경을 안 쓸 수 있었겠는가. (웃음) 하지만 다행히 하반기에 구독자 수가 늘면서 예상보다 일찍, 11월에 100만 구독자가 되었다. 김홍준 원장님을 비롯해 동료들이 큰 축하를 보내 내심 기분이 좋았다. 공공기관 중에는 1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이 몇 없다. 게다가 한국고전영화 채널은 광고나 이벤트 없이 오로지 콘텐츠만으로 100만을 달성했기에 의미가 남다르다. 유튜브 채널은 단순히 나 혼자가 아닌 수집, 카탈로깅 보존, 복원, 연구, 정보화, 경영부서 등 영상자료원 전 직원의 노고가 집약된 결과다. 하지만 채널 담당자로서 유튜브 골드버튼이 배송되면 인증사진 정도는 남기고 싶다. (웃음)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혹은 미래의 구독자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작품을 골라준다면.
네 개의 작품을 소개하고 싶다. 최하원 감독의 데뷔작 <나무들 비탈에 서다>(1968)은 전쟁이 남긴 내면 상처를 사실적으로 그린다. 얼마 전 돌아가신 이순재 선생님의 강렬한 연기가 인상적이다. 배창호 감독의 <고래사냥>(1984)는 1984년 최고 흥행작으로 절망과 희망이 한데 버무려진 청춘들의 모습이 담겼다. 영화가 끝나면 김수철의 ‘나도야 간다’를 흥얼거리게 될 것이다. 평화시장에서 분신자살한 노동자 전태일의 삶을 다룬 박광수 감독의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1995)도 빼놓을 수 없다. 엔딩 크레딧에 후원처의 이름이 끝없이 올라가는데, 제작에 손을 보탠 아름다운 단체와 개인의 이름을 하나하나 되새겼던 기억이 난다. 마지막으로 얼마 전 올린 홍상수 감독의 <강원도의 힘>(1998)을 추천한다. 영화를 보고 나면 감독의 의도와 그 맥락을 열심히 찾게 되는데, 그야말로 홍상수의 힘이다.
앞으로의 운영 계획은 무엇인가.
영상자료원에서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한 작품들을 꾸준히 올리는 것, 그리고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좋은 영화를 큐레이션하고 재생목록을 엮어서 다양하게 즐기실 수 있게 하겠다. 한국고전영화 채널이 200만 구독자를 달성하면 다시 인사드리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