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스토리> 다시 플레이
윤도현·김창완, 故신해철이 빚어낸 90년대 음악영화의 귀환
글: 박민영 (한국영상자료원)
2025년 9월, 한국영상자료원(이하 ‘영자원’) 디지털복원팀이 <정글 스토리>를 4K로 디지털 복원했다. 1995년 삼성영상사업단과 김홍준 감독이 <정글스토리> 기획을 시작한 지 30년 만이다.
이 글은 한국영화사에서 선구적으로 음악영화를 시도하고, 국내에 생소하던 디지털 사운드 포맷 DTS를 채택했던 <정글스토리>의 ‘원본 사운드’를 되찾아가는 과정에 대한 짧은 기록이다.

* 그림 1. (좌측) <정글스토리> 김창완, 윤도현/ (우측)故 신해철
원본 사운드를 찾아서, 음향 복원이란 무엇일까?
국제영상자료원연맹(FIAF)1)에 따르면 영화 복원은 원본의 성격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시간과 물리적으로 인한 결함을 최소화해 본래에 가깝게 되돌리는 윤리·기술적 과정이다.2) 그렇다면 음향 복원에서 말하는 ‘원본성’은 무엇일까? 그것은 영화가 채택한 사운드 포맷과 채널 구성을 정확히 구현하는 데 있다. 이를 확인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국가별 영화 녹음 기술사를 파악하여 제작년도, 녹음실 정보, 국내 포맷 도입 시기를 대입해 추정한다.
둘째, 엔딩 크레딧에 표기된 사운드 포맷 로고를 확인한다. (그림 2)
셋째, 35mm 프린트 또는 사운드 네거티브 필름의 트랙을 직접 육안으로 식별한다. (그림 3)

* 그림 2. <정글스토리> 35mm 오리지널 네거티브 필름, DTS로고 장면

* 그림 3. 35mm 필름 사운드 포맷 식별3)
1) FIAF: 1938년 파리 출범, 영화·시청각 유산의 수집·보존·연구·공개를 협력하는 국제 네트워크. International Federation of Film Archives (FIAF), https://www.fiafnet.org/
2) FIAF 윤리강령, 복원 원칙: 제1.4, 1.5항. FIAF Code of Ethics (revised 2025), §§ 1.4–1.5, https://www.fiafnet.org/pages/Community/fiaf-code-of-ethics-revised-2025-en.html
3) 필름 사운드 식별 표: 포맷·트랙 유형 식별(Version 1.3). Brian R. Pritchard, Identification of Film Sound (Version 1.3), https://www.brianpritchard.com/IMPF.htm
<정글스토리>가 채택한 DTS 기술을 상영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매체가 반드시 필요하다.4) 바로 DTS CD-ROM(이하 CD)과 타임코드가 담긴 필름이다. 이 중 하나가 사라지면 DTS 사운드를 영원히 재생할 수 없다. CD에는 DTS의 멀티채널 오디오가 저장되어 있고, 35mm 프린트에는 이를 동기시키는 전용 DTS 타임코드가 있다. 상영 시 프로젝터의 타임코드 리더가 이 코드를 읽으면, DTS CD플레이어가 CD의 음성을 불러와 화면과 프레임 단위로 동기 재생한다.(그림4,5) 그런 의미에서 <정글스토리〉의 DTS CD 존재 유무는 음향 복원의 성패, 즉 ‘원본성’을 확보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 (좌) 그림 4. <쥬라기 공원>의 DTS CD5)
* (우) 그림 5. DTS 구동 방식6)
4) DTS 재생 필수 매체는 DTS 타임코드 프린트, 해당 작품의 DTS 영화 디스크(CD-ROM). 장비는 프로젝터 타임코드 리더, DTS 플레이어(DTS-6D/XD10), 극장 사운드 프로세서(앰프·스피커). Digital Theater Systems, DTS-6D Installation and Operation Manual, 1998; Dolby Laboratories, Dolby CP650 Cinema Processor Installation/User Manual, https://www.film-tech.com/warehouse/manuals/DTS6D.pdf?utm_source https://www.film-tech.com/warehouse/manuals/DOLBYCP650INSTALL.pdf?utm_source
5) DTS CD 사진: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Jurassic_Park_DTS_CD-ROM_Disc_%281993%29.jpg
6) Cinema sound formats, Lenard Audio Institute, https://education.lenardaudio.com/en/17_cinema_3.html
DTS CD의 행방
그렇다면, 영자원은 <정글스토리>의 DTS CD를 보존하고 있을까? 35mm 오리지널 네거티브, 사운드 네거티브, 35mm 프린트 필름을 모두 열어보았지만 CD는 없었다. 다음으로, 35mm 사운드 네거티브 필름을 확인했다. 이 필름에는 DTS 타임코드와 DTS 스테레오 트랙이 기록되어 있었다. DTS 타임코드는 DTS CD가 있었다는 증거이다.

* 그림 6. <정글스토리> 35mm 사운드 네거티브 필름
(상단) DTS 스테레오와 DTS 타임코드, (하단) 필름 제조사 EASTMAN, 필름 제작 년도 1995년
DTS 스테레오7)는 <정글스토리>에서는 두 가지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첫째, DTS 5.1채널 시스템이 없는 상영관에서 DTS 스테레오로 대체 상영이 가능하다는 점. 둘째, 상영 중 DTS 재생에 문제가 생길 때 DTS 스테레오로 자동 전환(fallback)된다는 점이다. 음질 면에선 DTS가 채널 분리와 다이내믹 레인지에서 유리하지만8), 현재로서는 어떤 형태로든 사운드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므로 필름의 DTS 스테레오 스캔을 진행했다. (참고로 DTS 스테레오는 돌비스테레오와 호환이 가능하다)
7) DTS 스테레오(DTS Stereo): DTS 공식 Release Guide (Post?Production Guide, 1999)에 따르면, DTS Tower 장비는 “2?track (Lt/Rt) Mix – DTS Stereo”라는 이름으로 4채널 또는 6채널 스템으로부터 서라운드를 매트릭스하여, 극장용 시네마 프로세서 및 가정용 디코더와 호환 가능한 아날로그 광학 스테레오 트랙을 생성하도록 규정하고 있 다. https://www.film-tech.com/warehouse/manuals/DTSPOSTPROD.pdf#:~:text=2,The%20monitor%20level%20can%20be
8) DTS: XD10 기준, 44.1 kHz 표준 디지털 오디오에 4:1 데이터 압축(APT-X100)을 사용, Digital Theater Systems, DTS XD10 Cinema Media Player Manual, https://www.film-tech.com/warehouse/manuals/DTSXD10.pdf?utm_source
<정글스토리> DA-88 오디오용 테이프의 귀환
김홍준 원장님으로부터 희소식이 전해졌다. <정글스토리>의 DA-88 오디오 녹음을 위해 사용된 Hi8 규격 테이프(이하 DA-88)가 사운드 수퍼바이저인 한예종 이규석 교수님께 보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겉보기에는 비디오 카메라용 Hi8 테이프지만, 실제로는 영화 사운드 최종 믹싱이 담긴 전용 오디오 매체다.
이 테이프로 말하자면, 1996년 DTS CD 제작을 위해 미국으로 떠났던 김홍준 원장님의 손에 들려 있던 최종 믹싱 테이프다. 즉, DTS로 압축되기 전의 사운드 원본 매체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이에 대한 사실 고증은 영자원에 기증된 <정글스토리>『제작실무 자료집』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그림 7, 8).
기록에는 여러 차례에 걸쳐 ‘1995년 당시 한국영화 사운드의 문제를 고찰하고 대안적 실체’를 주제로 회의한 문서들, 그리고 음향 기술의 도약을 모색하던 고민과 과정, DTS 포맷 결정의 순간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한국영화 녹음 업계 관련 기록과 문헌이 드문 현재, 이 자료집은 단순한 활자를 넘어 한국영화 녹음 기술사를 정확히 증언하는 중요한 역사 사료이자 음향 복원가에게는 경험하지 못한 시대의 의문이 풀리는 통로이기도 했다.

* 그림 7. <정글스토리> 제작실무 자료집

* 그림 8. 이규석 교수 인터뷰(1996.04.10, 출처: <정글스토리> 제작실무자료)

* 그림 9. <정글스토리> 사운드의 목표
이 소식을 접한 수집부는 <정글스토리> 오디오 테이프 기증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했다. 이규석 교수님이 들고 오신 작은 종이가방에는 29년 세월 동안 형태 그대로 존재하고 있는 테이프가 있었다. 내부, 외부 모두 손상 없이 보관이 잘 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그림10)

* 그림 10. DA-88용 Hi8 테이프의 앞면과 뒷면
교수님은 당부 말씀을 남기셨다. 테이프를 오랫동안 재생하지 않았고 시간이 흐른만큼 재생 장비가 중간에 멈추거나 일부 사운드를 읽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글스토리> 사운드의 부활?
테이프 스캔은 외부 전문 녹음실 믹스캠프에 의뢰했다. 이곳은 2019년 라이브톤 기증 자료의 대량 DA-88 디지털화를 담당했던 곳이다. (아쉽게도 영자원에는 DA-88 재생 장비가 없다) 믹스캠프를 방문한 날, 석근혜 대표님이 “어제 장비 테스트를 했는데, 장비가 멈추고 다시 재생되기를 여러 번 했다”는 소식을 전하셨다. 현업에서는 이미 DA-88을 사용하지 않을 뿐더러, 스튜디오가 보유한 DA-88 데크 역시 조금씩 고장이 나고 있었다. 이제는 장비와 테이프의 운명에 맡겨야 하는 순간이 되었다. 장비가 허락한다면, 그리고 테이프가 중간에 멈추지만 않는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몇 차례 스캔을 부탁드렸다.

* 그림 11. DA-88 데크
며칠 뒤, <정글스토리>의 스캔 데이터가 도착했다. 총 일곱 군데에 소리가 없었다. 그것도 배경 앰비언스로 메울 수 있는 장면이 아닌, 엔딩 신이었다.

* 그림 12. <정글스토리> 엔딩 신

* 그림 13. <정글스토리> 사운드 작업 세션, 사운드가 없는 구간(빨간색)
스캔 데이터 납품 이후에도 믹스캠프는 추가 스캔을 이어갔다. 믹스캠프가 보유한 DA-88 데크 중, 한 데크는 재생만 가능했고 다른 한 데크는 되감기만 가능해 기능을 분담해 운용했다. 그 결과 7개 구간 중 6개가 복구되었다. DA-88으로 복구하지 못한 한 구간은 필름에서 스캔한 DTS 스테레오 사운드로 보완했다. 비록 DA-88 스캔 데이터와 채널 배치가 달라 두 데이터의 톤과 공간감을 맞추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마침내 모든 장면의 사운드가 제 위치를 찾게 되었다. 이후 진행된 세부 복원 작업은 지면 관계상 다음 기회에 공유할 예정이다.
<정글스토리>처럼 특정 사운드 기술, 특히 별도의 재생 매체를 채택한 영화에서 가장 시급하고 핵심적인 과제는 ‘원본’ 매체를 확보하는 일이다. 또한 <정글스토리>처럼 디지털 사운드를 보유한 작품을 복원할 때에는, 디지털 사운드 자체가 ‘원본’이므로 어디까지를 ‘복원’이라 부르고 어떤 ‘개입’을 허용할지 기준을 정하는 일이 늘 과제로 남는다. 그럼에도 당시 기술로는 보완할 수 없었던 결손, 이를테면 사운드의 끊김이나 특정 구간의 과도한 노이즈처럼 감상의 연속성을 저해하는 부분은 ‘원본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최소 보정만 적용했다.
“Film restoration is a huge career opportunity for those who become infected with the love and devotion to not only saving classic film from being lost, but restore it back to its original glory.”
영화 복원은 단순히 고전 영화를 소실로부터 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것을 다시 본래의 빛과 영광으로 되살리려는 사랑과 헌신을 가진 이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지닌 분야다.
David Lewis Yewdall, The Practical Art of Motion Picture Sound
다시 시작
영자원이 <정글스토리>를 복원한 경위를 밝힌다. 2025년 울주산악영화제 ‘인간’ 섹션에서 <정글스토리> 4K 디지털 복원본이 상영되기 때문이다. 필름 보존부터 보수, 스캔, 색보정, 화면 복원 등 전 공정에 영자원 동료들의 세심한 노력이 더해졌다. 9월 27일 <정글스토리> 상영 후 윤도현 밴드 공연이 이어지니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끝으로, <정글스토리>의 사운드 데이터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29년간 오디오 테이프를 보관해 주신 이규석 교수님, 노후한 DA-88 데크로 스캔을 완수한 믹스캠프 석근혜 대표님께 감사드린다. 이번 과정은 영화 사운드의 원본성을 구현하기 위해 ‘원본 매체’와 ‘재생 장비’의 확보가 복원에 필수적임을 재확인하는 계기였다. Nagra, DA-88, DAT 등 사운드 매체와 장비(화면 장비 포함)를 보유하고 계시다면 영자원에 기증을 부탁드린다. 기증해 주신 장비를 활용하여 한국영화 보존·복원에 더욱 힘쓰겠다.

* 그림 14 <정글스토리> 극중 노래하는 윤도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