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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에셋 수집 사업에 참여한 목적

한국영상자료원 VFX 소스 데이터 수집 보존 프로젝트에 참여한 손승현 웨스트월드 대표 인터뷰

디지털 에셋 수집 사업에 참여한 목적
한국영상자료원 VFX 소스 데이터 수집 보존 프로젝트에 참여한 손승현 웨스트월드 대표 인터뷰

글: 남선우(씨네21)
사진 제공: 웨스트월드 


한국영상자료원이 수집하는 자료의 범위가 한층 넓어졌다. VFX(특수시각효과)가 한국 영화·드라마의 필수 요소가 된 시대, VFX 소스 데이터가 새로운 유형의 영상자료로 인식되면서 영자원도 2022년부터 이를 아카이빙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모아온 에셋(asset) 중 활용 가치가 높고 한국적 특성을 지닌 에셋을 선별한 공유 플랫폼 i.AM(incredible Asset Market)이 내년 오픈을 앞두고 있다(올해 하반기 베타 버전이 오픈된다-편집자). 영자원은 i.AM을 통해 시각효과 전문 회사들이 손실되기 쉬운 데이터 자산을 보존하면서 중복 제작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도 절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다양한 에셋을 제공한 웨스트월드의 손승현 대표로부터 그 의의를 더 자세히 물었다. 올 초 천만 관객을 만난 <파묘> VFX를 담당했고, <베테랑2>, <보고타>, <호프> 등 대작으로 또 한 번 VFX의 힘을 보여줄 준비를 마친 웨스트월드의 새로운 도전에 대해서도 함께 들었다.
 
손승현 대표 사진(웨스트월드 제공)
* 손승현 웨스트월드 대표 (사진=웨스트월드 제공)

한국영상자료원의 VFX 소스데이터 수집 보존 프로젝트에 응한 까닭은.
이 일을 해온지 27년 정도 되었다. 많은 작품에 참여하다 보니 노하우가 생겨 어떤 에셋도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 과거에는 호랑이 한 마리를 만드는 것에 1, 2년이 걸렸다. 수많은 부서가 붙어 테스트를 해가며 에셋을 하나씩 탄생시킨 거다. 그런데 이렇게 자랑스럽게 탄생한 에셋이 관리가 잘 되지 않아 비슷한 걸 다시 만들어야 했다. 회사들 간 경쟁이 있어 에셋 공유도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 에셋을 판매하는 사이트도 생겼고, 에셋 재사용을 통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자는 공감대가 VFX 업계에 생겨났다. 우리가 100%의 완성도를 채우지 못하면 80%까지는 만들되 20%의 아쉬움은 다른 회사의 에셋을 활용해 채울 수도 있는 거다. 사용자가 적절히 변형해 쓸 수 있도록 데이터가 잘 관리되어야 가능한 일인데, 공신력 있는 기관이 이런 역할을 맡아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웨스트월드가 제공한 주요 에셋을 소개해달라.
웨스트월드는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 홈> 시즌 1처럼 크리처가 중심에 있는 작품을 많이 해왔다. 3D 베이스로, 실제 존재하지 않는 동물이나 괴물들을 계속 만들어왔기 때문에 관련 에셋들을 제공했다. 예를 들어 영화 <파묘> 속 여우들도 웨스트월드가 만들었다. 그리고 아직 공개되지 않은 드라마 <정년이>에 등장하는 배경인 경성역 일대도 웨스트월드가 3D로 만들고 있다. 지금의 서울역은 유동인구도 많고, 집회도 자주 열리기 때문에 촬영이 까다로운 장소다. 실제의 3분의 1 사이즈로 줄여 세트를 만들어도 어떤 부분은 매트 페인팅(matte painting. 실사 촬영이 어려운 특정 공간을 묘사한 이미지)으로 풍경을 보여준 뒤 좁은 공간에서 이야기를 이어가야 한다. 그런 방식을 탈피하고자 <정년이>에서는 경성역을 중심으로 남대문까지 일대를 전부 3D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현실 데이터를 수집해 가상 화면에 구현하는 기술) 개념으로 재구성했다. 이 에셋 또한 다른 작품에서도 잘 활용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순찰보트(이미지=웨스트월드 제공)
* 영화<밀수>(2023) 순찰보트(이미지=웨스트월드 제공)

웨스트월드 에셋만의 기술적인 차별점을 자랑한다면.
4K 작품을 많이 해왔다. 해상도가 4K면 그만큼 디테일해야 한다. 정지하지 않고 움직이는 에셋을 주로 만들어오다 보니 리깅(rigging. 3D 모델링 캐릭터의 뼈대를 만들어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일)이나 시뮬레이션도 기본적으로 잘 되어 있고, 최종적으로 렌더링했을 때 더욱 사실적으로 선보일 수 있다는 점이 차별점이라고 본다.
 
자료 정리 또는 데이터 이관 과정에서 까다로운 점 없었나.
업체들이 에셋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툴이 다 다르다. 특정 소프트웨어, 특정 버전에서 만들어진 에셋이 다른 포맷에서는 작동이 안 될 수도 있는 셈이다. 데이터를 이관하기까지 그 부분을 신경 써야 한다는 점이 가장 힘들었다. 이 점을 고려한 데이터 환경이 구축된다면 자료를 취합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i.AM’과 같은 공유 플랫폼 구축이 VFX 업계에 미칠 영향은 어떠할까.
초창기 VFX 업체들의 장비와 인력 구성은 대부분 유사했다. 그러다 보니 가격 경쟁, 작업 속도 경쟁이 주를 이뤘다. 이제 그런 식의 어필은 과거의 것이 되었다. 각 회사만의 강점을 어필해야 하는 시대다. 웨스트월드처럼 직원이 200명이 넘어도 다 잘 할 수 없고, 백화점처럼 온갖 에셋을 다 갖고 있지 않다. 아까 말했듯 크리처나 디지털 환경 등에 집중하다 보니 다른 쪽으로는 부족한 면도 있다. 소규모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호랑이 한 마리를 만들어도 3D 모델링, 털 그루밍, 뼈 리깅, 근육 시뮬레이션, 근육과 가죽의 슬라이딩 등을 해내야 한다. 적어도 30명이 붙어야 하는 작업인 것이다. 이런 중간 과정의 에셋이 공유될 수 있다면 각 업체의 강점을 살리는 작업에 집중할 수 있다. 재사용을 통해 효율적으로 비용을 아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수익을 낸다면 회사들이 지속가능한 형태로 운영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영화 <밀수> 프롭(prop) 에셋 (이미지=웨스트월드 제공)
* 영화<밀수>(2023) 프롭(prop) 에셋 (이미지=웨스트월드 제공)

한편으로는 저작권, 크레딧 문제 등도 생길 수 있지 않나. 앞으로 공유 플랫폼이 효과적으로 운영되려면 VFX 업체들 사이에 어떤 공감대가 있어야 할까.
그런 문제 때문에라도 특정 작품의 특정 캐릭터와 같은 에셋은 공유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대신 공중전화기나 각종 무기처럼 누구의 디자인이라고 규명하기 쉽지 않은 프롭(prop)들이나 광화문의 이순신 장군 동상, 세종대왕 동상처럼 공공의 재산에 가까운 이미지들은 누군가 특별히 다르게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큰 틀에서 공유할 수 있다.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해 최초 제작자의 지분을 챙겨주고, 서로 정당한 대가를 주고받을 수 있다면 공유 시스템이 잘 운영될 것이다.
 
웨스트월드의 근황도 궁금하다. 지난 5월, 국내 유일의 SFX 특수영상 스튜디오 ‘웨스트월드 넥서스’가 문을 열었다. 이 스튜디오만의 특징은 무엇인가.
창고형 스튜디오들의 기둥, 천장이 불편해 VFX 팀이 애를 먹는 경우가 잦았다. VFX 팀이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스튜디오가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는데, 좋은 기회로 설계부터 참여해 15m의 층고를 갖춘 스튜디오를 지을 수 있었다. 시각 효과 담당하는 부서들이 작업하기 용이하도록 갖춰온 장치들을 집약한 공간이라 할 수 있는데, 높은 층고 외에도 스턴트 와이어 앵커를 구축했고, 버츄얼 프로덕션, 와이어캠, 모션컨트롤 카메라 등 최신 특수 촬영이 가능하도록 스튜디오를 꾸렸다.
 
지난 해 말에는 호치민에 현지법인 ‘웨스트월드 베트남’을 설립했다.
2016년에 영화진흥위원회와 함께 한국의 기술을 소개하기 위해 베트남에 처음 가봤다. 그 후 2018년에 웨스트월드를 시작했고, 베트남 업체들과도 협업을 해왔는데, 그사이 베트남의 영화 인프라도, 실력도 점점 좋아졌다. 웨스트월드가 단순히 아웃풋만 내는 곳으로 남기보다 새로운 시장에 기술을 전수하고, 제작과 배급도 함께 해보고자 베트남에 진출했다. 이제 오픈한 지 10개월 정도 됐는데, 현지의 아티스트들을 채용해 느리지만 하나 둘 일을 같이 해나가고 있다. 공동 제작 작품도 8월에 크랭크인 했다. 베트남에서 인기가 아주 많은 이광수 배우가 주연으로, 호치민을 배경으로 한 로맨스다. 한국과 베트남이 합작해 동남아 배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렇게 하나씩 시도하면서 웨스트월드가 잘하는 시각적인 영역을 챙기는 것은 물론 우리만의 IP도 확보해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