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소식
[뉴스레터] <정훈이만화> 전시에서 꼭 봐야 하는 것은?

한국영상자료원 1층 로비에 들어서면 익살스러운 캐릭터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반기고 있는데요. 내년 3월 20일까지 한국영화박물관에서 기획 전시하는 <정훈이만화, 영화와 뒹굴뒹굴 25년>의 정훈이만화 캐릭터들이랍니다. 씨네21에서 1995년을 시작으로 25년 동안 연재되며 영화 패러디 만화로 큰 웃음과 감동을 선사했던 정훈이만화와 정훈이 작가를 주제로 한 이번 기획 전시는 지면이 아닌 현실의 공간으로 이들을 소환하여 다양한 미디어 전시를 통해 감각적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마련되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별히 부가 영상도 제공하고 있는데요. 바로 기획 전시의 주인공인 정훈이 작가와 전시를 기획한 조소연 큐레이터의 대담 영상입니다. 전시에 대한 소개와 비하인드 이야기를 나눠보고 작가의 데뷔시절과 데뷔작 그리고 정훈이만화에 대해 회고해 보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대화 속에서 드러난, 기획전시 <정훈이만화, 영화와 뒹굴뒹굴 25년>의 놓치면 아쉬운 포인트들을 알려드릴께요!

다섯 가지 키워드로 보는 정훈이만화
조소연 큐레이터(이하 ‘큐레이터’): 한 주에 하나씩 25년 동안 연재하셔서 작품량이 어마어마하더라고요. 그래서 대표작 중심으로 전시를 꾸밀 수밖에 없었는데, 어떻게 보여드릴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 결과 정훈이 작가님의 특징을 다섯 가지 키워드로 잡고 대표작과 매치하여 전시 구성을 했습니다. 그 다섯 가지 키워드가 ‘엉뚱한 상상’, ‘언어의 유희’, ‘풍자와 해학’, ‘유쾌한 도발’, ‘패러디 클라쓰’ 그리고 ‘유머의 진수’ 인데요. 그 중 ‘엉뚱한 상상’ 키워드에 대한 질문을 드리려고 해요. 작가님의 끊임없이 샘솟는 상상력은 진짜 특별하신 것 같아요.
정훈이 작가(이하 ‘작가’): 그림도 참 많이 보기도 했는데 솔직히 말해서 타고 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 습관이라는 건 굉장히 중요하고요. 평소에 친구들 웃기려고 나름의 아이디어 같은 것 생각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려고 평소에 꾸준하게 생각을 하고 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이제 원고 작업 들어가면 어느 순간 저도 모르게 끄집어내지는 거죠. 훈련한다고 되는 것은 아닌 것 같고, 아마 타고 나는 건데 상당수가 그러한 습관이 자리하고 있는 것 같아요.
큐레이터: 두 번째 키워드는 ‘언어의 유희’라고 이름을 붙였는데요. 여기서 작가님 대표작인 <무사>를 중심으로 구성했는데, 작가님의 작품에서 그림도 매력적이지만 글이 또 한 몫 하잖아요. 진지한 질문에 다소 경박한 인물들의 행동 그리고 항상 예측을 벗어나는 대사. 이 세 가지가 절묘한 하모니를 이뤄서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으신데요. 작가님의 글솜씨도 좀 타고 나신 건가요?
작가: 저 말장난하는 것 좋아해요. 요즘에 아재개그라고도 하잖아요. 예전에 한 때 유행했던 말장난들을 좋아합니다. 진지한 질문에 경박한 그림들. 그건 제가 동사무소에서 방위병으로 있으면서 공문서를 많이 타이핑했어요. 그러다가 문득 공문서나 법전에 있는 글들이 오히려 더 재미있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이 진지한 글에 경박함을 넣어보면 얼마나 재밌을까 해서 출발했던 게 그런 만화들이었어요. 저는 굉장히 지문이 많은 작가였고 지문도 진지한 톤이지만 그 내용은 상당히 황당무계한 내용들로 독자들한테 재미를 주었던 경우가 초반에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까 말장난을 참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글로 할 수 있는 말장난이 있어요. 띄어쓰기의 차이에 따라서 완전히 의미가 달라지는. <무사>에서 글로 할 수 있는 말장난을 보였던 것 같습니다.
▲ '패러디 클라쓰' 키워드 섹션. <올드보이>, <박쥐>, <동주> 작품을 3면 애니메이션 전시로 구성하였다.

정훈이만화 스케치 원화 공개
큐레이터: 작가님이 일찌감치 컴퓨터로 작업하셨더라고요.
작가: 저 원래 컴퓨터를 좋아했어요. 그리고 그림은 막 그려도 색칠을 잘 못 했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항상 ‘너는 스케치는 좋은데 색칠이 개판이다.’ 뭐 이런 학생이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색칠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는데, 씨네21은 컬러 잡지다 보니까 원고가 컬러여야 되는 거예요. 부담이 굉장히 많이 됐죠. 제가 컴퓨터 작업했던 때가 포토샵이 2.5, 3.0일 무렵이었을 거예요. 디자인하는 친구한테 포토샵을 배워서 컴퓨터로 작업했는데, 컬러 작업을 해서 들고 갔더니 디자인 팀장님이 부르시더라고요. “너 이러면 안 된다. 이렇게 컴퓨터로 만화를 그려가지고 오면 안 된다.” 당시만 해도 직접 색칠하는 게 감성이 훨씬 더 좋다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죠. 제가 색칠에 대해 콤플렉스가 상당히 있었기 때문에 컴퓨터로 하는 게 좋더라고요. 실패해도 다시 할 수 있으니까. 물감을 잘 못하니까 물을 엄청나게 써서 종이에 구멍이 나면 새로 그려야 되거든요. 그러다보니 컴퓨터 작업을 빨리 시작했던 것 같아요.
큐레이터: 컴퓨터 작업을 오래 하셔서 작가님 작품 대부분이 디지털 형태로 남아 있는 상태이고, 손으로 직접 그리신 원화는 99년 이전 것 일부만 가지고 계셔서 남아 있는 작품이 별로 없더라고요. 그 원화들을 이번 전시회에서 공개하게 되었는데, 인쇄된 책에서 보는 것과 수작업하신 원화를 직접 보는 게 또 다른 맛이 있더라고요. 관람객들도 작가님의 원화를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케치부터 라인, 글씨, 컬러링까지 작업 과정 공개
큐레이터: 그림도 좋지만 글씨체가 참 예뻐요. 만화랑 잘 어울리는데 글씨체가 평소 필체인가요, 아니면 만화를 위해 고안하신 글씨체인가요?
작가: 고안을 한 건 아니고 평소 글씨체인데 일상에서는 빨리 써야 한다는 강박에 필기체로 가는 게 있어요. 그래서 가끔씩 은행 같은 데서 작성하면 ‘상당히 악필이시네요.’라는 말을 듣기도 하는데요. 만화를 그릴 때는 정성스럽게 동그라미를 치고 그림처럼 글자를 그려가는 것이라 예쁘다는 얘기를 들어요. 만화에서는 글씨도 하나의 그림이라고 볼 수 있죠.
큐레이터: 세 번째 섹션에 라인 아트로 작가님의 방을 재현하고 작가님이 작업하는 영상도 마련했는데요. 처음 스케치 단계에서부터 라인 그리고 컬러링하고 완성하는 모든 과정을 담았는데, 캐릭터 그려지는 라인들, 글씨가 쓰여지는 모습을 보니까 좋더라고요. 그 과정 또한 전시장에 오시는 분들이 보시면 흥미로워 하실 듯 해요.

전시장 곳곳에서 반겨주는 정훈이만화 캐릭터들
큐레이터: 정훈이만화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남기남, 씨네박, 김꽃달, 김돌만 회장 등이 있는데, 특히 기남이는 작가님의 부캐 같은 존재잖아요.
작가: 그렇죠. 부캐면서도 제가 점점 닮아가요. 처음에 저 데뷔했을 때 인터뷰 사진은 아주 날카로웠는데, 점점 작가가 만화 캐릭터를 닮아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게 내 모습을 그렸다고 생각하시는데, 정작 남기남의 경우 제 친구의 뒷모습에서 출발했어요. 수업 시간에 따스한 햇살에 앉아 있는데 이 친구가 뭔가 공부를 해야겠다고 다짐하고 머리를 빡빡 밀고 왔는데 그 뒷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따라 그렸어요. 그게 남기남 캐릭터의 출발이었죠. 그런데 성격도 좀 따라가는 경향은 있어요. 다른 사람은 잘 모르겠지만 작가인 저는 어느 순간 제가 만들었던 캐릭터는 어떤 생명체라는 느낌을 갖고 있으니까 혼자 있을 때 대화하듯 하는 경우도 있고, 살아있다고 느껴져요.
큐레이터: 전시 준비하면서 이 기남이를 비롯한 캐릭터들이 관람객들과 어우러져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전시장 입구부터 최대한 전시장 곳곳에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배치했는데요. 정훈이만화 캐릭터를 좋아하시는 관람객들이 방문하시면 더 좋아해 주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작가: 저도 봤는데 아주 흐믓하더라고요.

정훈이만화의 시초라 부를 수 있는 데뷔작 <리모코니스트>
큐레이터: 작가님 데뷔작인 <리모코니스트>가 실린 잡지인 ‘영챔프’를 꼭 전시하고 싶은데 구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작가님이 소장하고 있지 않다고 해서 수소문한 끝에 잡지 출판사에 연락을 했는데요. 다행히 영구 보관용으로 한 부가 있었고, 전시하는 데 흔쾌히 협조해주셨어요. 그래서 작가님의 데뷔작을 전시하게 되었는데, 실물은 쇼케이스에 진열되고 <리모코니스트>는 스캔해서 관람객들이 볼 수 있게 미디어 전시할 예정입니다. 이 작품에 대해서 잠깐 설명해 주세요.
작가: 네. 이 주인공은 아마 저나 마찬가지인데, 징글징글하게 텔레비전만 보는 청년이 직업의식을 갖게 되는 그런 작품이예요. 리모트 콘트롤러를 우리가 보통 리모콘이라고 하잖아요. 여기에 이제 사람을 뜻하는 ‘-ist’를 넣어서 리모코니스트라는 용어를 만들었는데, 그 당시에는 TV평론가라는 설정만으로도 웃기던 시절이었어요. 왜냐하면 무슨 할 일 없이 매일 텔레비전 보면서 평론을 하냐는 인식이 있었고, 영화평론가, 도서평론가 정도 외에 다른 문화평론가 시장은 거의 없던 때였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굉장히 웃기는 설정이었어요.
큐레이터: <리모코니스트>를 보면 이제 정훈이만화에서 나오는 특징들이 많이 등장하더라고요. 진지한 지문이라던지... 여기서 정훈이만화가 이런 식으로 발전되었구나 이런 게 느껴지더라고요.
작가: 네. 진지한 지문, 경박한 그림, 대사,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상황. 이게 아마 그 때 씨네21에서도 이 부분에 주목해서 저와 인터뷰를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저도 그 때 이런 컨셉이 좋아서 이 컨셉으로 한 번 해봅시다. 이렇게 된 거죠. 저도 <리모코니스트> 안 본지 굉장히 오래됐는데 이번에 전시회 준비하면서 보니까 많이 닮아있더라고요.
큐레이터: 작가님 그리고 정훈이만화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번 전시에서 <리모코니스트>가 어떤 작품인지 보시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될 것 같습니다.

만화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 이야기, 풍자에 대한 생각, 남기남 캐릭터 이름에 얽힌 이야기, 시네박 캐릭터가 자취를 감추게 된 이유,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가 연락한 에피소드, 현 근황과 앞으로의 계획 등 정훈이 작가의 다양한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면?
▶ 대담 영상 보러가기 https://youtu.be/MZj83Qfjnzs

전시도 보고 굿즈도 받고
전시 관람 후 안내데스크에 문의해 주시면, 굿즈 3종 중 2종을 증정해 드립니다. 굿즈 증정 이벤트는 선착순으로 진행되며 기념품별로 조기 마감될 수 있습니다.
▶ 굿즈 종류 : 북마크, 스티커, L자 홀더
▶ 이벤트 안내 보러가기
[정훈이만화, 영화와 뒹굴뒹굴 25년] 전시 관람 정보
▶ 전시기간 : 2021년 9월 14일(화)~2022년 3월 20일(일), 월요일 휴관
▶ 관람장소 : 한국영화박물관 기획전시실(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 400)
▶ 이용방법 및 사전예약
- 1회차(10:30~13:00), 2회차(14:30~18:30) 운영. (주말 및 공휴일은 17:30까지))
- 사전예약자 우선 이용. 현장방문자 입장은 사전예약자 잔여분에 한함
- 사전예약 바로가기
▶ 관람료 : 무료
▶ 문의 : (이용안내) 02-3153-2072 (전시내용) 02-3153-2039
▶ 상세내용 보러가기
▶ 오프닝 스케치 영상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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