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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주인
기증자명볼미디어기증일자2025자료 유형영화
<세계의 주인> 이충연 의상감독
단연 올해의 영화다. 윤가은 감독의 신작 <세계의 주인>은 상처를 갖고 살아가는 주인(서수빈)이 씩씩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다.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시작된 입소문은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되면서 많은 관객을 다시 극장을 불러 들였다. 지난 10월 22일 극장 개봉한 이 영화는 2025년 12월 5일 현재, 관객 수 15만여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을 동원하고 있다. 전작이 그랬듯이 이 영화 속 의상 또한 사실적이다. 이창동 감독의 신작 <가능한 사랑>의 촬영이 막 끝난 지난 11월 25일 이충연 의상감독을 만나 <세계의 주인> 속 의상에 대해 자세하게 물었다.
세계의 주인 이충연 의상감독 인터뷰
단연 올해의 영화다. 윤가은 감독의 신작 <세계의 주인>은 상처를 갖고 살아가는 주인(서수빈)이 씩씩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다.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시작된 입소문은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되면서 많은 관객을 다시 극장을 불러 들였다. 지난 10월 22일 극장 개봉한 이 영화는 2025년 12월 5일 현재, 관객 수 15만여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을 동원하고 있다. 전작이 그랬듯이 이 영화 속 의상 또한 사실적이다. 이창동 감독의 신작 <가능한 사랑>의 촬영이 막 끝난 지난 11월 25일 이충연 의상감독을 만나 <세계의 주인> 속 의상에 대해 자세하게 물었다.
- 김성훈연일 많은 관객을 불러 모으며 주목받고 있는데.
- 이충연독립영화의 경우 관객이 얼마나 들어야 잘 됐는지 잘 몰라서 <세계의 주인>이 동원한 관객 수가 얼마나 대단한지 잘 몰랐다가 사람들이 하도 영화를 언급해서 찾아보니 정말 대단한 숫자더라. 너무 기뻤다. 영화를 찍는 내내 행복한 촬영 현장이어서 하루하루 촬영이 끝나는 게 아쉬웠다.
- 김성훈최근 촬영이 끝난 이창동 감독님의 신작 <가능한 사랑>도 그런 현장이었나.
- 이충연맞다. 이창동 감독님 촬영 현장도 너무 사랑하고, 매일 촬영 끝날 때마다 늘 아쉬웠다. 더 찍으면 좋을 텐데 하면서. 윤가은 감독님의 현장도 한 신, 한 신 끝나는 게 너무 아쉬워서 마음속으로 ‘끝나지 마라’라는 주문을 되뇌곤 했다. (웃음)
- 김성훈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의상감독으로서 이야기나 캐릭터의 어떤 면에 끌렸나.
- 이충연이 영화는 의상을 통해 캐릭터를 보여주는 성격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걸 떠나 좋은 작품이어서 함께 일하고 싶은 욕심이 났다.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영화는 옷보다는 캐릭터가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의상을 자연스럽고, 사실적으로 설계하는 게 중요하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고통과 상처를 갖고 있는 사람들도 성실하게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는 모습이 너무 좋아서 함께 하고 싶었다.
- 김성훈윤가은 감독과의 작업은 이번이 처음인가.
- 이충연그렇다. 감독님도 김세훈 피디님도 너무 좋았고, 함께 작업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 김성훈의상 컨셉을 설계하기 전에 윤가은 감독과 주로 논의했던 점은 무엇인가.
- 이충연감독님께서는 주인(서수빈)이가 어떤 사정이 있다고 해서 다른 사람과 달라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주문하셨다. 그러면서 요즘 중고등학생 여자애들처럼 핑크색으로 아기자기한 느낌이 들도록 표현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저 또한 그의 상처를 짐작할 수 있는 장치를 의상으로 표현하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주인이가 태권도도 하고, 성격도 밝고 씩씩해서 핑크색 톤으로 캐릭터를 표현하고자 했다.
- 김성훈평범하게 보이는 게 말처럼 쉬운 작업은 아니지 않나.
- 이충연서수빈 배우한테 실제로 입고 있는 옷을 가지고 와달라고 요청해서 그의 바지 몇 벌을 활용했다. 배우가 선호하는 색감이 감독님께서 주문한 핑크색 톤과 달라서 주인이가 입는 상의는 직접 준비한 의상들이다. 영화를 보면 주인이가 입는 옷 대부분 핑크색 톤이 들어가 주인이의 여성스럽고 소녀 같은 면모를 잘 드러낸다.
- 김성훈<세계의 주인> 의상을 설계하기 위해 특별히 참조한 이미지나 그림이 있나.
- 이충연특별한 레퍼런스는 없고 사람들 사진을 많이 찾았다. 특히 고등학생들이 교복을 어떻게 입고 다니나 유심히 봤다. 젊은 친구들로부터 얘기도 많이 들었지만, 지금은 교복을 어떻게 세팅하는지 직접 보니 또 다르더라. 생활복이라고 해서 추리닝 같은 걸 매일 입고 다니기도 하고. 하지만 우리 영화는 생활복 설정까지는 넣지 않았다. 심플하게 가고자 했고. 주인의 어머니(장혜진)는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캐릭터라 실제 어린이집에서 원장님, 선생님들은 어떤 톤의 의상을 입는지 많이 찾았다.
- 김성훈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주인은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했나.
- 이충연주인이는 강한 친구라고 생각했다. 상처가 있지만 그 어려운 상황을 이겨낼 줄 아는 강인한 정신을 가진 친구.
- 김성훈영화에서 주인이는 교복을 주로 입는데 교복 설정이 재미있더라. 상의는 와이셔츠에 타이를 매고, 그 위에 학교 로고와 명찰이 달린 민소매 셔츠를 덧대었다. 하의는 체크 패턴이 들어간 교복 치마다. 하교할 때는 후드 집업을 교복 상의에 걸쳐 입는 식으로 설정했다. 교복을 설계할 때 어떤 고민을 했는지 궁금하다.
- 이충연요즘은 패셔너블한 교복 디자인이 많지만, 감독님도 저도 주인이가 입는 교복은 평범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감독님께서 주인이가 좀 더 밝아 보였으면 좋겠다고 주문하셔서 흰색 와이셔츠 위에 아이보리 색상의 니트를 설정했다. 단일한 색상의 상의와 무난한 회색 톤의 체크무늬가 패턴으로 디자인된 하의로 설정해 밋밋하지 않게 표현했다. 주인이가 태권도를 하는 친구라서 교복 치마 기장을 짧지 않게, 적당한 길이로 설정했다. 무엇보다 전체적으로 밝게 보여주는 것이 주된 포인트였다.
- 김성훈치마에 체크 패턴을 넣어서 단조롭게 않아 보여서 좋더라.
- 이충연처음에는 단색을 넣었는데 단조롭고, 상의가 흰색이라 치마가 남색이면 너무 분리되는 것 같았다. 회색만 넣자니 심심해서 체크무늬를 패턴으로 설정해 눈이 단조롭지 않게 했다.
- 김성훈타이를 맨 것도 좋더라. 단정하면서도 교복이 꽉 차는 느낌을 준달까.
- 이충연보통 남학생들이 타이를 매면 여학생은 리본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성별로 구분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 타이로 통일했다.
- 김성훈체육복은 짙은 네이비색 바탕에 자크와 양쪽 어깨 쪽에 노란색을 배치해 눈에 잘 들어오더라. 체육복을 설계할 때 고민했던 건 무엇인가.
- 이충연체육복 색상도 리얼리티를 확보하는 게 중요했다. 밝은색 체육복이 어떤 종류가 있는지 찾아보니 밝은 색 체육복을 입는 학교는 거의 없었다. 감독님께 이 사실을 말씀드리면서 밝은 톤만큼이나 리얼리티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니 다소 어두운 톤으로 설계하겠다고 말씀드렸다. 감독님께서 교복과 체육복이 섞여서 앉아있는 학교 식당 시퀀스에서 교복과 체육복의 색감이 대비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남색으로 설정하게 됐다. 남색만 있으면 재미가 없어서 주인의 밝은 면모도 강조할 겸 노란색 패턴을 포인트로 추가했다.
- 김성훈<세계의 주인> 속 등장인물들이 입은 평상복은 계절이 여름이라 반팔 티셔츠를 입되, 인물에 따라, 공간이 실내인지 실외인지에 따라 셔츠, 바람막이, 얇은 재킷을 각각 설정했다. 사실적인 의상들이라 이야기와 자연스럽게 잘 어울리는데, 주인뿐만 아니라 주인의 엄마, 동생 등 평상복을 설정할 때 무엇을 고민했나.
- 이충연영화 속 계절 배경이 2학기 개학하고 나서 시작하는 이야기로 설정됐다. 실제로 촬영도 가을에 시작했다. 9월이면 여전히 반팔을 입을 때고, 아침저녁으로 일교차가 있는 날씨이지 않나. 이야기 초반에는 중고등학생들이 가벼운 옷차림이나 코트를 걸쳐입다가 서사가 전개되면서 잠바를 입는다. 이런 식으로 계절의 변화를 보여주었다.
- 김성훈주인의 남동생인 해인(재희)과 어머니의 평상복은 어떤 고민으로 설계했나.
- 이충연윤 감독님과 캐릭터 별 색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었는데 감독님도 저도 색감을 통해 캐릭터의 성격을 드러내는 걸 선호한다. 주인, 해인 남매의 어머니는 따뜻한 엄마이자 자상한 어린이집 원장이어서 따뜻한 베이지색 톤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포근한 느낌의 범위 안에서 사회생활을 하시는 분이어서 너무 캐주얼하게만 보이지 않도록 했다. 재희는 어린이스러운 느낌을 더 표현하기 위해 알록달록한 느낌을 많이 보여주고자 했다. 남자아이지만 검은색이나 남색으로 보여주기보다는 밝은 톤으로 설계했다. 할머니의 경우 ‘츤데레’ 같은 면모가 있어서 하늘색, 회색, 남색, 블랙 등 쿨톤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 김성훈주인의 아빠(김석훈)는 딱 한 시퀀스에 등장하는데.
- 이충연진짜 시골에서 농사하며 사는 사람 같았으면 좋겠다는 계산으로 최대한 사실적으로 설계했다.
- 김성훈개인적인 질문도 여쭙고 싶다. 어떤 계기로 영화 의상 일에 발을 들이게 됐나.
- 이충연대학에서 의상학과를 전공했다. 무슨 일을 할지 진로를 고민하다가 당시 많은 인기를 모았던 드라마 <겨울 연가> 속 배용준 씨를 보면서 의상을 통해 캐릭터를 만드는 일도 재미있겠다 싶어 스타일리스트 일부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수 스타일리스트를 하다가 전도연 배우의 스타일리스트를 맡으면서 배우 스타일리스트로서의 경력을 시작했다. 이재용 감독님의 영화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2004)에 출연한 전도연 배우를 따라 촬영현장을 나가게 됐고, 그 다음 작품인 <인어 공주>(2004, 감독 박흥식)에서 전도연 배우의 스타일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잘 알다시피 전도연 배우가 영화만 출연한 까닭에 나도 덩달아 자연스럽게 영화 위주로 일을 할 수 있었다. 해보니까 재미있더라. 이후 <밀양>(2007), <시>(2010), <버닝>(2018), 단편 <심장소리>(2022), 최근의 <가능한 사랑>까지 이창동 감독님의 작품 다섯 편을 내리 작업했다.
- 김성훈영화 의상의 어떤 점에서 매료됐나.
- 이충연의상을 통해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되게 매력적인 일이다. 드라마에 비해 영화는 좀 더 사실적으로 표현해야 했고. 함께 작업한 배우들이 의상에 대해 좋아하고, 칭찬해 줄 때 되게 뿌듯하다.
- 김성훈최근 촬영이 끝난 이창동 감독의 신작 <가능한 사랑>은 의상감독으로서 어떤 도전인가.
- 이충연그 영화 또한 리얼리티를 확보하는 게 중요한 작업이었다. 이창동 감독님의 모든 영화에서는 배우가 배우로 보이면 안 된다. 전도연은 전도연으로 보이면 안 되고, 유아인은 유아인으로 보이면 또 안 된다. 배우는 허름한 옷을 입혀도 예쁜데, 감독님 영화에서는 캐릭터로 보여야 한다.
- 김성훈영화 의상 경력을 처음 시작한 배우 전도연과 작업한 것도 오랜만이겠다.
- 이충연그래서 너무 좋았다. 간만에 이창동 감독님의 영화라서 일하는 내내 행복했는데, 전도연 언니와 함께 해서 더 행복했다.
글 김성훈(<씨네21>기자/ 사진 김성백(스튜디오‘오늘의 나’작가) / 편집 우혜경(한국영상자료원 수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