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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제곱미터
기증자명넷플릭스 기증일자2025자료 유형영화
<84제곱미터> 의상 기증
<84제곱미터> 신지영 의상감독
넷플릭스 영화 <84제곱미터>에서 신지영 의상감독이 설계한 의상은 이야기에서 드러나지 않는 캐릭터의 전사까지 짐작하게 하는 단서다. 주인공 우성(강하늘)이 집에서 입는 티셔츠와 반바지는 ‘영끌’한 탓에 돈을 아껴야 하는 생활감을 사실적으로 드러내고, 은화의 세련된 옷차림은 이야기 후반부에서 드러날 반전을 예고한다. 의상을 통해 캐릭터를 드러내는 동시에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까지 함께 표현하는 것이다. <아이 캔 스피크>(2017) <소울메이트>(2021)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2022) 등 여러 영화를 작업한 신지영 의상감독을 만나 <84제곱미터>의 의상에 대해 세세하게 물었다.
- 김성훈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의상감독으로서 이야기나 캐릭터의 어떤 면에 끌렸나.
- 신지영김태준 감독님의 전작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를 함께 작업한 인연이 있다. 감독님께서 제가 참여한 <버티고>(2019)를 보셨고, 그 영화에 출연했던 천우희 배우가 좋게 얘기해주셔서 김 감독님과 인연을 맺게 됐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를 하면서 감독님과 잘 맞아서 이번 영화에 들어갈 때 또 연락주셨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이야기가 재밌고, 강하늘 배우가 출연하다고 해서 참여하게 됐다.
- 김성훈이야기의 어떤 점에서 흥미를 느꼈나.
- 신지영과장된 공포보다는 현실에서 벌어질 법한 이야기라서 더 섬뜩하고 실감났다. 아파트 ‘영끌’족, 코인 투자 등 사회 문제도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반영돼서 재밌었다. 무엇보다 함께 작업하는 사람들과 코드가 잘 맞고, 대화가 잘 통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김태준 감독님께선 늘 믿어주시고, 의견을 많이 물어봐주셔서 그게 많이 작용했다. 촬영 전, 하늘씨 치수도 잴겸 감독님과 셋이서 만나 우성(강하늘)이 어떻게 등장할지부터 여러 이야기들을 한시간 남짓 나눴는데 두 분 모두 성향이 잘 맞았던 기억이 난다.
- 김성훈의상 디자인을 설계하기 전에 김태준 감독과 주로 논의했던 부분은 무엇인가.
- 신지영감독님께서 리얼리티를 확보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셨다. 진짜 아랫집에 살 것 같은 사람들이 입는 옷, 평상시 집에서 입을 것 같은 옷, 진짜 회사원이 입을 것 같은 옷, 신입 사원이 맬 것 같은 타이. 디테일한 부분에 대한 얘기를 많이 나눴었다.
- 김성훈이야기의 무대인 아파트가 특별한 공간이 아니라 일상적인 공간이니까 더 신경쓸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 신지영맞다. 아파트 주민들은 출연하는 분량이 짧지만, 직업도 연령대도 가족 구성원도 제각각 달라서 티가 잘 안나더라도 디테일하게 의상을 설계하려고 노력했다. 감독님께서 층별로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 세세하게 설정하신 덕분에 그 설정에 맞추기만 하면 됐다. 가령 신혼 부부의 경우, 남편이 골프를 즐겨 친다는 설정까지 감독님의 머릿속에 다 있어서 그 설정에 맞는 의상 레퍼런스를 찾아 피팅을 진행하면 됐다.
- 김성훈강하늘씨가 연기한 우성은 어떤 캐릭터로 해석했나. 회사에서는 정장 차림(넥타이는 풀어헤친 채)이고, 집에서는 반팔 티셔츠와 반바지, 아파트 주민을 만날 때는 남방 차림이다. 반팔 티셔츠의 경우, 밝은 색보다는 어두운 색으로 배치한 것도 눈에 띈다.
- 신지영영화에서 소개한대로 우성은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회사에 들어간 뒤 ‘영끌’해서 아파트까지 산 캐릭터다. 전기세를 아껴야 해서 집에서 에어컨을 켤 수 없고, 땀이 많은 설정 때문에 여벌의 의상이 많이 필요했다. 그러한 환경에 놓인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의상이 사실적이어야 했다. 새 옷을 구입해 몇 번씩 빨고, 사포질을 해서 옷에 생활감을 부여하고자 한 것도 그래서다. 우성이 뛰고, 땀을 흘리는 시퀀스의 경우, 의상팀이 실제 소금을 희석해 옷에다가 뿌려서 말리기를 반복하며 세세하게 표현했다.
- 김성훈우성이 입는 티셔츠가 어두운 색인 것도 땀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었나.
- 신지영어두운 색 계열의 티셔츠를 설계한 것에 대한 특별한 의도는 없지만, 시나리오에서 우성은 땀을 많이 흘리는 체질인 데다가 전기세를 아끼기 위해 에어컨을 안 켜는 환경에 놓여 있어 땀을 잘 보여주는 것도 중요했다. 무엇보다 감독님께서 우성 캐릭터를 명확하고 세세하게 설정해주신 덕분에 의상을 설계하는 작업이 수월했다. 영화에서 나오듯이 우성은 고시원에 살다가 취직하고, ‘영끌’해서 아파트로 상승한 인물이라 에어컨을 트는 것도 자제하고, 당연히 옷은 신경쓰지 않았을 것이다. 보이는 대로, 편한 대로 입고, 아끼는 습관 때문에 빨래도 자주 못할 것이라 티셔츠도 바지도 많이 입었을 것이다.
- 김성훈말씀대로 집에서 전기세를 아끼기 위해 에어컨을 틀지 않는 설정 때문에 의상팀에서 빨래를 수시로 했을 것 같다.
- 신지영세트장에 세탁실이 따로 있어서 의상팀 막내는 계속 세트장과 세탁실을 오가며 빨래를 돌리고, 팀장님은 빨래를 말리고, 저는 중간에서 의상 세팅했다.
- 김성훈우성의 정장은 평범하고, 통이 다소 넓어보이던데. 투 버튼 정장인가.
- 신지영투 버튼이다. (강)하늘씨 체격이 되게 좋아서 체격에 맞춰서 입으면 멋지니까, 체격보다 통 크게 설계해 하늘씨의 몸을 가리려고 했다. 우성은 정장 차림의 평범한 회사원들처럼 보여야 하니까. 티셔츠도 하늘씨의 원래 사이즈보다 큰 사이즈로 입혔고.
- 김성훈염혜란씨가 맡은 입주자 대표 은화를 어떤 인물로 해석했는지도 궁금하다. 이기적이고, 야망이 큰 인물이라 아파트 같은 사적 공간에서도 세련된 검은색 긴 자켓, 와이셔츠, 정장(흰색 와이셔츠와 검은색 자켓 대비)으로 배치했던데.
- 신지영은화가 사는 곳은 아파트에서도 펜트하우스 같은 곳이라 의상 시안을 여러 가지로 감독님께 보여드렸었다. 평소 염혜란 배우가 소박한 역할을 많이 맡았는데, 이번에 그가 연기한 은화는 검사 출신으로 부유한 삶을 사는 캐릭터다. 이야기의 후반부에는 반전도 있어서 그걸 너무 드러내서도 안 되기 때문에 촬영 전부터 고민이 많았다. 감독님께서 은화 캐릭터에 원하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 김성훈그게 뭔가.
- 신지영겉으로는 강직하고 딱딱해보이는데 알고 보면 속내가 있는 모습. 당연히 처음부터 그 속내는 드러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 그 이미지는 의상팀뿐만 아니라 헤어, 메이크업팀에도 요구됐다. 시안 작업을 할 때 감독님께서 염혜란 배우님이 단발 컷하는 사진을 보고 마음에 들어하셔서 그 이미지를 토대로 배우님이 여러 의상을 피팅하고, 배우님도 여러 의견을 주시면서 만들어갔다.
- 김성훈은화는 집밖에서는 깔끔하고 세련된 차림이고, 집안에서는 로브를 걸쳐 럭셔리한 이미지를 더 드러낸다는 점이 재밌더라.
- 신지영이야기 초반부에서 은화는 집이 잘 살지만 직업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정도로 모호하게 표현하고, 서사가 전개되면서 좋은 사람인 줄 알았다가 정체가 점점 드러나는 식으로 변화한다. 집 안은 딱 봐도 럭셔리한 공간이라 외부인이 찾아왔을 때 로브 같은 걸 몸에 걸치는 게 어떠냐고 감독님께 제안드렸고, 감독님도 마음에 들어하셨다.
- 김성훈서현우가 연기한 진호는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우성이 집에서 입은 티셔츠가 짠내나는 느낌이라면 진호가 입은 반팔 티셔츠는 몸에 새긴 문신과 잘 어울리는 디자인의 티셔츠다. 진호를 어떤 캐릭터로 해석했나.
- 신지영진호 캐릭터는 이 작품에 합류하고 난 뒤 캐스팅이 됐는데, 시나리오만 읽었을 때는 마동석 배우 같은 뭔가 위협적으로 보이는 배우가 맡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러브픽션> 때 함께 일을 했던 서현우 배우가 진호를 맡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서현우 배우가 되게 착한 동생인데 이걸 하기 위해 태닝도,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다. 오랜만에 그를 만나보니 진호 느낌이 나더라. 서현우 배우 안에 위협적인 모습을 좀 끄집어보자는 생각으로 그의 의상을 설계했다. 말씀대로 진호는 단단하고 좋은 몸을 더 드러낼 수 있고, 구김이 잘 없는 운동복 소재의 티셔츠를 입었다.
- 김성훈올해 초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시리즈 <약한영웅2> 속 의상 얘기도 나온 김에 해보자. 캐릭터들이 다양해지면서 의상도 재미있더라. 전편과 비교했을 때 시즌2은 어떤 작업이었나.
- 신지영즐거움과 힘듦이 공존하는 작업이었는데 캐릭터가 전편에 비해 늘어나면서 무리 별로 특색있게 나누는 작업이 중요했다. 감독님께서 캐스팅도 찰떡 같이 잘 하셨고, 배우들도 의상을 잘 소화했다.
- 김성훈'바쿠’라 불리는 박후민은 어떻게 작업했나.
- 신지영원작 만화에서 ‘바쿠’는 우락부락한 이미지의 캐릭터다. 려운씨가 캐스팅됐을 때 예쁜 친구가 맡게 됐구나 싶었는데 만나보니 특유의 호탕함이 있더라. 배우도 이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몸을 키웠고, 우리 의상팀도 피지컬을 더 돋보이게 하려고 여러 벌의 의상을 껴입혔다. 이준영이 연기한 금성제는 스타일리시한 캐릭터라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고, 시은이는 캐릭터상 스타일리시한 시도를 하는데 한정된 캐릭터였다. 이처럼 학원물은 일상복과 교복으로 보여줘야 하는 장르라 늘 어렵지만, 그럼에도 시즌2는 그 테두리 안에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 김성훈마지막 운동장 단체 액션신은 비가 많이 내리고, 등장인물과 보조 출연자들의 숫자가 많아서 의상팀으로선 쉽지 않았을 것 같다.
- 신지영그 시퀀스를 촬영하는 3주 내내 빨래를 했다. 의상 버스 한대는 주연배우 의상으로 꽉 찼고, 컨테이너 5동에는 무리 별 보조출연자 의상들로 가득했다. 의상팀만 10명 넘게 있었고, 지원도 많이 와서 컨테이너별 조장을 각각 정해 정신없이 작업했었다. (웃음)
- 김성훈현재 작업하고 있는 작품은 무엇인가.
- 신지영10월12일까지 뮤지컬 <트레드밀>에 의상감독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 20여년 동안 영화, 시리즈 작업을 줄곧 하다가, 좀 더 라이브한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 지인의 제안으로 공연 의상을 맡게 됐다. <트레드밀>이 세번째 공연인데 해보니까 영화, 드라마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더라. 드라마로는 ENA 드라마 <아이돌아이>, tvN 드라마 <내일도 출근!>에 참여하고 있고, 곧 영화 <오케이 마담2> 촬영을 시작한다.
글 김성훈(<씨네21>기자/ 사진 김성백(스튜디오‘오늘의 나’작가) / 편집 우혜경(한국영상자료원 수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