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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의 역사
기증자명넷플릭스기증일자2025자료 유형영화
<고백의 역사> 의상
넷플릭스 기증
<고백의 역사>윤정희 의상감독
<십개월의 미래>(2021) <힘을 낼 시간>(2024) 등을 연출한 남궁선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고백의 역사>는 1998년을 배경으로 한 청춘 로맨스물이다. <군도 : 민란의 시대> <아수라> <밀수> 등 그간 선이 굵고 캐릭터가 강한 영화들을 주로 작업해온 윤정희 의상감독에게 <고백의 역사> 같은 하이틴물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1998년도의 교복을 영화와 배우에 맞게 재해석하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았다. 윤정희 의상감독을 만나 <고백의 역사> 속 의상을 설계한 이야기를 들었다.
- 김성훈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의상감독으로서 이야기나 캐릭터의 어떤 면에 끌렸나.
- 윤정희그간 선이 굵은 장르 영화들을 주로 작업하다가 달달한 이야기가 나한테 왔네 싶었다.
- 김성훈<군도 : 민란의 시대>(감독 윤종빈, 2014), <아수라>(감독 김성수, 2016) 같은 영화들 하시다가. (웃음)
- 윤정희<삼진그룹 영어토익반>(감독 이종필, 2020)이 그나마 달달한 이야기였는데, 시대물에 캐릭터가 강한 이야기들을 주로 해오다가 <고백의 역사> 같은 학원물 시나리오를 보니까 이런 이야기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김성훈의상팀 조수 시절에도 학원물은 안 해보셨나.
- 윤정희안 해봤다. 곰곰 시절 조상경 의상감독님과 처음 일했던 영화가 <미녀는 괴로워>(감독 김용화, 2006)였고, 의상감독 입봉작은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 2015)이었으며, 최근에 작업한 영화도 <밀수>(감독 류승완, 2023) <검은 수녀들>(감독 권혁재, 2025)이었니. 전작처럼 캐릭터가 크게 부각되지 않는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는 처음이다. 평소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선택하지 않는 경향도 있고, 한편으로는 그런 장르들이 들어오지도 않았다. 액션이나 캐릭터를 강하게 보여주는 장르에 비해 어려운 것도 사실이고. 배우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하고, 영화적으로 캐릭터의 색깔을 의상으로 만들어줘야 하니까.
- 김성훈청춘물이라 교복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의상 디자인을 설계하기 전에 남궁선 감독과 주로 논의했던 부분은 무엇인가.
- 윤정희교복이 나오는 작업을 하면 우리나라 감독님들이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교복은 안 예쁘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대만이나 일본처럼 교복이 예뻤으면 한다는 주문이 있었다. 대만이나 일본의 교복들을 찾아보니까 유독 한국만 남학생이든 여학생이든 셔츠를 교복 바지 안에 안 넣어 입더라. 반대로 대만이나 일본이나 타이는 흰 셔츠를 바지 안에 깔끔하게 집어넣어 입는 스타일이고. 우리나라 스타일로 디자인을 해도 셔츠를 바지 안에 넣어서 입으면 외국 느낌이라 남궁선 감독님께서 그런 스타일은 또 안 되고, 우리나라 스타일의 교복이어야 한다고 하셨다. 이번 영화를 통해 교복 역사를 정리하면서 결정한 건 키 컬러를 네이비 색으로 정했다는 사실이다. 네이비는 과거에도 지금도 쭉 사용하는 색이다. 그것은 이야기의 시간적 배경이 과거지만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은 색이 무엇인가 고민하다가 내린 결론이다. 네이비와 함께 흰색을 배치한 것도 배우들을 조금 더 풋풋하게, 깨끗하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네이비는 다소 촌스럽지 않냐는 의견도, 네이비에 흰색을 배치하는 건 뻔한 조합이지 않냐는 의견도 물론 있었지만, 네이비에 회색, 베이지 여러 색을 보여드리고서야 네이비와 흰색 조합으로 결정할 수 있었다.
- 김성훈<고백의 역사> 의상을 설계하기 위해 특별히 참조한 이미지나 그림이 있나.
- 윤정희이와이 ?지의 청춘 영화들.
- 김성훈<하나와 앨리스>(2004)!
- 윤정희<하나와 앨리스>는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아서 그 영화 속 교복처럼 멋있게 나오면 좋겠다 싶었다.
- 김성훈앞서 말씀드린 대로 <아수라> <군도 : 민란의 시대> 같은 선이 굵은 센 영화들을 주로 작업하다가 이 영화 속 교복을 설계하는 작업은 난이도로 치면 어땠나. 어려웠나.
- 윤정희매 작품 어렵더라. 전작 <탈주>(감독 이종필, 2024)를 작업할 때는 군복이 아주 쉽겠다 생각했었는데, 회의할 때 보면 남성들의 군부심이 깜짝 놀랄 정도였다. (웃음) 군복 무늬부터 시작해서 본인들이 알고 있는 정보들을 많이 얘기하더라. <고백의 역사>의 경우 여성 감독인 데다가 여성 스태프들이 모여서 교복을 주제로 한 토론의 장이 열렸다. 다들 영화 속 시대에 학교를 다녀서 ‘그때는 그랬다’면서.
- 김성훈세리(신은수)는 어떤 캐릭터로 해석했나. 시대물이지만 교복이 세련되고 예쁘더라. 교복 상의의 경우, 와이셔츠처럼 카라가 반듯하고, 타이처럼 줄을 리본처럼 묶은 것도 예쁘다. 교복 하의도 색상이 네이비색이라 시원해 보이고. 세리의 교복 의상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 윤정희되게 솔직하고 귀여운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공부보다는 현재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에 집중하는 성격이고. 그래서 교복을 아주 단정하게 입히지 않았다. 리본도 단정하게 매지 않았고, 약간 덜렁대면서도 남들이 좀 챙겨주고 싶은 캐릭터로 보여주고 싶었다. 헤어 스타일도 사랑스럽게 꼬들꼬들거려서 마른 체형임에도 옷을 조금 더 크게 입혔다. 셔츠 같은 다른 사복도 보이시한 느낌을 보여주고자 했다.
- 김성훈교복에 리본을 매다는 설정이 예쁘더라. 요즘 교복은 리본이 거의 없지 않나.
- 윤정희1990년대 요소가 뭘까 고민하다가 여름 교복에 리본을 매달았던 학교가 몇 있어서 리본을 설정했다.
- 김성훈교복이 배우 체형에 너무 타이트하지도, 헐렁하지도 않고, 딱 맞아서 예뻐 보였다.
- 윤정희학교에서 누구를 좋아하는 첫사랑 이야기라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하기보다는 중성적인 코드를 드러내는 게 중요했다.
- 김성훈치마에 주름이 있나.
- 윤정희우리나라 교복은 박음질을 타이트하게 박아서 성숙해 보이는데, 일본이나 태국은 주름이 활짝 펼쳐져서 소녀 느낌이 난다. 캐릭터가 너무 성숙해보이면 이야기의 톤과 잘 어울리지 않아 주름을 안 받았다.
- 김성훈의상을 피팅하는 과정에서 배우가 아이디어를 내서 의상에 반영된 부분도 있나.
- 윤정희교복 샘플로 피팅을 진행했는데 배우들이 처음부터 마음에 들어 했다.
- 김성훈동복은 코트 느낌이 나서 예쁘더라.
- 윤정희동복의 재킷 원단은 코트 감으로 작업하긴 했다. 고등학교 다닐 때 입었던 교복 재킷이 그런 감이었다. 요즘은 재킷이 얇고, 재킷을 아예 입지 않는 학교도 있다더라. 이야기의 무대가 부산이라 코트까지 입혀야 하나 싶었지만 옛날 사립고 느낌을 내볼까 해서… 코트 원단으로 만든 동복은 우리나라 교복 같지는 않지.
- 김성훈세리의 평상복을 설계할 때는 어떤 고민을 했나.
- 윤정희세리는 여성스러운 옷보다는 중성적인 느낌이 나는 옷을 설계했다. 세리의 쌍둥이 언니를 좀 더 여성스럽게 설계했다. 공명이 연기한 윤석은 서울에서 전학 온 아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면바지 차림에 닥터 마틴 신발을 신겼다. 다른 아이들은 운동화를 신었고. 1990년대 초반의 패션이라고 하면 바지통이 넓어지는 면바지가 유행이었으니까.
- 김성훈그 점에서 <고백의 역사>는 1990년대 의상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을 것 같다.
- 윤정희따지고 보면 <삼진그룹 영어토익반>도, 조수 시절 작업했던 <코리아>도 그때를 배경으로 했던 작품들이다. <고백의 역사>가 좀 어려웠던 건,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주인공이 직장인이었고, <코리아>(감독 문현성, 2012)는 남북한 탁구 선수들이어서 두 영화 모두 캐릭터가 분명했던 반면, <고백의 역사>는 배우들에게 어울리는 옷을 입혀주는 게 중요했다. 시대물을 제대로 작업하고 있는 건가 스스로 혼란스러웠었다.
- 김성훈얘기 나온 김에 윤석(공명)의 남자 교복도 깔끔하고 세련됐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윤석은 어떤 캐릭터로 해석했나. 반팔 끝에 네이비 색 줄로 강조한 것도 깨끗하고, 교복 안에 반팔 티셔츠를 매치했던데. 윤석의 의상에 대해서도 설명 부탁드린다.
- 윤정희남자 캐릭터는 바지 핏을 가장 많이 신경 썼다. 요즘 교복은 바지 핏이 되게 좁게 나오는 반면, 1990년대는 바지 핏이 넓게 보여야 했다. 배우들이 여러 차례 샘플 의상을 입고, 그걸 바탕으로 수정 작업을 해야 하는데, 작업 시간이 많지 않았고, 저희도 이때 의상을 오랜만에 설계해서 통이 넓은 바지를 만드는 게 쉽지 않았다. 지금은 남자 바지 기장이 과거에 비해 짧아졌는데, 예전에는 기장이 넓어서 접어서 입어야 했다. 기장이 너무 길게 나와서 조금 잘라서 배우에게 입혔다.
- 김성훈교복 바지도 지금 나오는 교복보다 통이 넓더라.
- 윤정희지금 나오는 교복은 스판이 들어가서 핏이 타이트한데, 그때는 스판이 없었다. 여자 아이들의 겨울 치마에 예쁜 레드가 들어간 체크무늬를 넣고 싶었는데, 감독님께서 레드를 선호하지 않아서 체크를 시도할 수 없어서 아쉽다.
- 김성훈체육복은 교복의 키컬러를 활용한 디자인으로 귀엽더라. 흰색 바탕에 목둘레와 반팔에 색을 넣어 강조했는데.
- 윤정희딱 고등학교 체육복 디자인이다. 부산이 무대라 바다를 연상케 하는 색을 카라에도 넣었고. 예쁘게 보이고자 했다. 원단까지 1990년대와 똑같게 하진 않았다. 요즘처럼 기능성 원단을 써서 설계했다.
- 김성훈만인의 연인 김현(차우민) 의상은 확실히 ‘깔롱지기’더라. 김현은 어떤 캐릭터로 해석했나.
- 윤정희김현은 운동을 좋아하고, 자신이 잘생긴 외모라는 사실을 잘 아는 캐릭터. 이 영화를 작업하면서 리바이스 청바지를 많이 샀다. 배우들의 체형이 말라서 리바이스 청바지가 잘 어울리더라. 상의는 원래 체형 사이즈보다 크게 입혔다. 무슨 설정을 더 붙이기에 재미있는 캐릭터였다.
- 김성훈<고백의 역사>에서 교복을 몇 벌 제작한 건가.
- 윤정희약 100벌 정도. 체형이 작은 배우 한 명 빼고 체형이 비슷해서 나머지는 비슷한 사이즈로 입혔다.
- 김성훈개인적인 질문도 여쭙고 싶다. 어떤 계기로 영화 의상 일을 하게 됐나.
- 윤정희영화를 많이 보던 사람은 아니었다. 원래는 의상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다. 서울여대 의류학과 출신인데 졸업할 때 취직이 마음처럼 잘 되지 않았다. 디자인실 아르바이트를 종종 했었고, 피팅 모델을 지원했지만 면접에서 번번이 떨어지면서 회사에 들어가는 건 때려치우자 싶었다. 그때 스타일리스트와 영화 의상팀 면접을 봤는데 스타일리스트는 근무 조건이 이상해서 영화에 발을 들이게 됐다.
- 김성훈첫 영화가 뭔가.
- 윤정희채경화 의상감독님께서 작업한 영화 <여자, 정혜>(감독 이윤기, 2005). 지금은 채경화 감독님이 다작하시지만, 그때만 해도 한편 하면 6개월씩 쉬고 그랬다. <여자, 정혜>를 하면서 알게 된 다른 파트의 친구가 요즘 잘하는 팀이 있다고 해서 거기서 하려다가 잘 안 됐고. 그 뒤 조상경 의상감독님께서 <미녀는 괴로워>를 함께 할 팀원을 뽑고 있어서 면접을 봤고, 조 의상감독님의 곰곰에 들어갔다.
- 김성훈조상경 의상감독님과 함께 곰곰에서 일하면서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 윤정희조상경 의상감독님께서는 공부를 정말 많이 하신다. 작품을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공부하고, 논문도 찾아보는 습관을 많이 배웠다. 그전에 경험했던 의상감독님들은 캐릭터의 스타일에 집중하셨다면 조상경 의상감독님께서는 영화의 전체 톤을 먼저 정하고, 그다음에 캐릭터를 세부적으로 어떻게 보여줄지를 고민하셨다. 경찰복만 놓고 봐도 다른 의상감독님들은 실제 경찰복 그대로 보여준다면 조상경 의상감독님은 경찰복 색을 작품 성격에 따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신다. 그처럼 유연한 사고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았다.
글 김성훈(<씨네21>기자/ 사진 김성백(스튜디오‘오늘의 나’작가) / 편집 우혜경(한국영상자료원 수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