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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싹 속았수다
기증자명(주)팬엔터테인먼트기증일자2025자료 유형영화
<폭싹속았수다>의상
심현섭 의상감독 인터뷰
- 김성훈<폭싹 속았수다>는 시대극이자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이 모두 나오는 드라마다. 임상춘 작가가 쓴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의상감독으로서 어떤 도전이 될 거라고 생각했나.
- 심현섭대본를 읽었을 때 의상감독을 떠나서 한 명의 관객으로서 펑펑 울기만 했다. 당연히 작품을 읽고 분석해 인물들의 디자인을 끌어내야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작품은 대본만 읽기 시작하면 아무 생각 없이 펑펑 울었던 것 같다. 50대 중반의 제게는 우리 어머니, 아버지, 우리 가족 형제들의 인생사 같았나 보다. 그런 이유인지 몰라도 이 작품은 일반적인 무대의상 디자인적인(인공적) 접근 방식이 아니라 우리 삶의 모습을 최대한 재현하는 방식의 도전이었던 것 같다.
- 김성훈의상 디자인을 설계하기 전에 김원석 감독과 주로 논의했던 부분은 무엇인가.
- 심현섭인물들의 생활감을 최대한 표현하자고 하셨다. 이 작품은 화려한 비주얼이 필요한 작품이 아니라 근현대사를 살아온 우리 가족 이야기라는 점을 기본으로 보다 현실감이 살 수 있는 의상을 표현하고자 논의 했다.
- 김성훈<폭싹 속았수다>의 의상을 설계하기 위해 특별히 참조한 이미지나 그림이 있나.
- 심현섭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방대한 시대가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작품이라 각 시대의 특성을 정교하게 표현하지 못하면 변화하는 인물의 모습에 지장을 주게 되어 굉장히 섬세하게 표현해야 했다. 당연히 많은 자료를 찾았지만 그중에서도 중점적으로 참조한 부분은 각 시대 실제 인물들이 살았던 장소의 실제 사진들을 최대한 구해 그들의 생활상을 리얼하게 표현하고자 했다.
- 김성훈아이유가 연기한 애순은 어떤 캐릭터로 해석했나.
- 심현섭애순은 태어나서부터 노년이 될 때까지 가족들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가는 인물로,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대표적인 어머니 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특정한 멋(꽃)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 소박한 이미지로 표현하고자 했다. 교복의 경우, 애순의 고생스럽지만 꿈 많았던 중고등학교 시절의 모습이 대부분인 설정이다. 가난했기때문에 거의 단벌 신사 같은 낡은 교복의 이미지로 설정했다. 하지만 관객은 인지하지 못했겠지만, 애순의 청순함을 보여주기 위해 고증 교복 칼라보다 좀 더 밝게 색감을 표현해 제주도 파란하늘 아래 유채꽃 밭에서 관식의 자주색 추리닝과 함께 좀 더 아름다운 조화로움을 표현하고자 했고, 소녀 애순의 꿈을 연상 시키고자 했다. 애순과 관식이 부산으로 도주하는 에피소드에서는 꿈 많았던 소녀 애순이 현실의 고통을 극복하고자 부산으로 도망가는 내용의 시퀀스였다. 애순의 시점에서는 서울에서 온 민옥을 동경해 민옥이 처음 입고 왔던 의상을 훔쳐 입고 도망간다는 설정이라 실제 배우의 체형보다 크게 만들어 우스꽝스럽게 표현했다. 또한 노란색을 사용하여 관식과 애순의 추억의 장소인 유채꽃 밭을 연상하게 만들었다. 해녀복의 경우, 가족을 위해 억척스럽게 일하는 어머니 모습을 기본으로 하되 어린 시절 꿈 많았던 소녀의 모습을 연상시키기 위해 좀 더 상큼한 칼라 조합으로 배치해 애순 특유의 상큼 발랄한 이미지를 부각하고자 했다. 마지막으로 일상복의 경우, 가족을 사랑하고 또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어머니답게 소박하고 검소한 평상복을 주로 착용하지만 해녀복과 마찬가지로 애순을 상징하는 분홍 칼라나 꽃 문양을 곳곳에 배치해 소박하지만 귀여운 소녀 감성을 표현하고자 했다.
- 김성훈박보검이 맡은 관식은 어떤 인물로 해석했나. 자주색 추리닝, 교복, 일상복 등 관식의 의상을 설계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신 것은 무엇인가.
- 심현섭솔직히 관식은 상상속의 인물 같은 존재로 느껴졌다. 보통 1960~70년대 한국사회에서 남녀 간에 사랑은 여성의 희생과 포용으로 표현 되는 것이 일반적이라 생각했었는데 <폭싹 속았수다>에서는 남성(관식)이라는 인물의 희생과 포용을 바탕으로 한 설정이었기 때문이다. 대본 설정상 추리닝, 교복 위주로 표현한 부분은 약간 단조롭게 보일 수 있어도 관식이라는 인물의 우직하고 소박한 모습을 보여주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일반복 설정에서도 아버지 또는 남편으로서 희생과 따뜻함을 보여주기 위해 흙을 상징하는 내추럴 칼라에 생활감을 과장될 정도로 낡게 표현하여 관식 특유의 주는 사랑을 표현하고자 했다.
- 김성훈염혜란씨가 연기한 전광례 캐릭터는 눈물 없이 보기 힘든 인물이었다. 평상시 해녀복, 너덜너덜한 한복 차림이고, 애순의 학교를 찾아갈 때 정장 차림을 입은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광례 캐릭터의 의상을 설계할 때 고민했던 것은 무엇인가.
- 심현섭광례는 젊은 나이에 남편을 바다에 잃고 소박 맞아 한량 같은 염병철이라는 인물과 살아가는 한 많은 제주도 여인이라 점을 부각하고자 평상시에는 좀 과장스러울 정도의 짙은 색의 낡고 거친 시대 의상을 착장했다. 애순의 학교에 찾아갈 때는 목숨보다 더 귀한 딸의 선생님에게 잘 보이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표현하고자 애순 아빠에게 시집 올 때 입었던 빛바랜 예복 양장을 입고 가는 설정을 했다.
- 김성훈광례의 친구들이자 해녀 3인방들의 의상은 시대 의상이라 고증이 중요했을 것 같다. 실제 해녀 의상들을 참조하되 어떤 부분을 이야기에 맞게 재해석했는지 궁금하다.
- 심현섭해녀 3인방은 극중 주인공은 아니지만 이 작품의 배경이 제주도이고 제주 여성들의 살아온 인생을 얘기하는 부분이라 그들의 희생과 노력을 표현하고자 했다. 특히 1960~70년대의 해녀복 표현에 있어 고증뿐 아니라 그들의 거친 삶과 희생을 표현하고자 비슷해 보이지만 각자의 개성을 살려 염색과 덧단 작업 등을 통해 제주도 여인들의 생활감을 극대화하고자 했다.
- 김성훈문소리와 박해준이 각각 연기한 어른 애순과 관식이나 아이유가 맡은 금명이는 현대 평상복 차림인데, 이들의 의상을 설계할 때 중요하게 고려했던 것은 뭔가.
- 심현섭애순과 금명은 같은 인물이지만 전혀 다른 이미지의 배우들이 연기를 하는 설정이라 한 인물로 관객들이 느낄 수 있도록 각 인물들의 어린 시절, 젊은 시절을 연상할 수 있는 중복된 색감이나 디자인을 곳곳에 배치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애순과 관식, 금명이의 현대 의상은 1980년대부터 현대까지 시대 순에 맞는 고증을 기본으로 하되,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어린시절 관식과 애순, 어린시절 금명의 시점에서 애순을 느낄 수 있는 아이템이나 색감을 자연스럽게 녹여 그들이 가족 혹은 한 인물들 이라는 이미지로 만드는데 중점을 두었다.
- 김성훈드라마라 촬영 일정이 빡빡하고 작업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되돌아본다면 <폭싹 속았수다>는 어떤 작업으로 기억될 것 같나.
- 심현섭정말 정신없이 프리 프로덕션부터 프로덕션까지 1년반이라 시간이 흘러 간 듯 하다. 영화 작업을 오래 하다 보니 드라마에 익숙하지 않은 점도 있어 굉장히 빠르고 긴 호흡이 정신없이 흘러간 것 같다. 이 질문을 보니 길다고 생각했는데 이 방대한 삶을 그렇게 짧은 시간에 표현하였다니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 얼마 남지 않은 의상 디자이너 인생에서 이런 훌륭한 작품을 또 만나기는 힘들 듯 하다. 그래서 좀 더 잘 할 걸이라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 김성훈차기작은 무엇인가.
- 심현섭김남길, 박보검 배우가 주연인 사극 영화 <몽유도원도>다.
글 김성훈(<씨네21>기자/ 사진 김성백(스튜디오‘오늘의 나’작가) / 편집 우혜경(한국영상자료원 수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