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북부 산간 외딴 마을에 살고 있는 12세 소녀 디아이. 그녀는 조혼과 남자가 원하는 여성을 납치해 아내로 삼는 '신부 납치'라는 문제적인 관습이 남아 있는 소수 민족인 몽족에 속해 있다. 친구들과 노는 것을 즐기는 평범한 아이인 동시에 학교를 마친 뒤 마을을 벗어나 많은 돈을 벌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고 싶어하는 야심가 이기도 하다. 어느덧 사춘기에 접어든 디아이는 예민한 십대가 되어 엄마와 끊임없이 갈등한다. 음력 설 축제 기간 중 디아이는 한 소년에게 납치를 당한다. 결국 디아이는 본인의 삶을 모두 뒤흔들 결혼이라는 원치 않는 위기에 처하고 만다.
하 레 디엠 감독은 "카메라를 든다는 것이 소녀들이 두려워하는 긴장과 폭력을 줄일 수 있는 하나의 대응이자 무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물음에서 영화를 시작했다. 감독의 말처럼 '신부 납치'라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지자, 카메라는 관찰을 멈추고 직접 손을 뻗어 상황에 개입한다. 이때 발생하는 거친 호흡, 흔들리는 프레임은 관객들의 위치를 사건 안으로 끌어들이며, 어린 시절이 실종되는 순간의 긴장을 직접 느끼게 만든다. 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강연] 강연명: 전력을 다하는 소녀와 머뭇거리는 카메라 일시: 3월 10일(화) 18:30 <안개 속의 아이들> 상영 후 내용: 관성의 법칙에 따르면 멈춰있거나 움직이는 대상은 외부에서 작용하는 힘이 0이면 자신의 상태를 유지한다. 즉 다른 힘의 작용으로 성질이 변하지 않는 정지와 운동은 모두 ‘관성’의 발현이라는 점에서 서로 다르지 않다. 연속되는 운동 상태보다도 기존의 상태를 유지하기를 그치고 자기 바깥에 영향을 받고 반응하는, 운동의 ‘변화’에서 다큐멘터리 카메라를 생각해보면 어떨까? <안개 속의 아이들>의 동남아시아 소수민족 소녀 디는 전통에 따라 결정되는 운명을 거스르고 싶어 한다. 여성의 삶과 관습, 카메라와 관성. 카메라가 자신의 관성과 싸우는 것이야말로 관습에 갇힐 위기에 처한 소녀와 연대하고 그녀를 지지하는 일지도 모른다. 과연 카메라는, 나아가 우리는, 충분히 디에게 감응하고 관성과 대결하고 있을까? 강연자: 채희숙동의대학교 영화트랜스미디어연구소 전임연구원 이력: 『타자 되기로서의 영화와 진실의 생산: 김동령·박경태, 페드로 코스타의 시네마-베리테』로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22~2023년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프로그래머로 재직했으며, 현재 동의대학교 영화·트랜스미디어연구소 전임연구원이다. 한국독립영화협회 비평분과 활동과 공통체(commons) 연구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