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잃고 혼자된 아버지 소미야 교수를 돌보는 딸 노리코. 소미야 교수와 고모 마사는 아버지를 두고 시집가기를 꺼리는 노리코의 장래를 위해 아버지가 재혼하려는 것처럼 꾸민다. 딸의 결혼을 준비하며 인생에서 행복을 가꾸어가는 법을 알려주는 소미야의 담담하고도 쓸쓸한 모습이 가슴 저린다.
일본 영화의 거장 오즈 야스지로의 대표작 중 하나인 <만춘>은 전후 일본 사회의 가족 해체와 변화하는 세태를 아버지와 딸의 미세한 감정선을 통해 잔잔하게 투영한다. 오즈 감독 특유의 낮은 카메라 앵글과 정갈한 미장센, 인물들의 극도로 절제된 감정 표현은 스크린 위에 거대한 사건을 그리지 않고도 깊고 서늘한 여운을 남긴다. 평범한 일상의 이면에 자리한 삶의 보편적인 비애와 아름다움을 정밀하게 포착해 낸 이 작품은, 홍상수 감독이 '사이트 앤 사운드'의 '위대한 영화' 중 한 편으로 꼽은 걸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