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레드 샤크’라 불리는 붉은 컨버터블이 사막을 가로지른다. 기자 라울 듀크(조니 뎁)와 그의 변호사 닥터 곤조(베니치오 델 토로)의 표면적인 목적지는 라스베이거스의 ‘민트 400’ 경주 취재다. 그러나 차 안을 가득 채운 것은 취재 장비가 아니라 각종 약물이다. 이들이 잠시 히치하이커를 태우는 순간부터 ‘취재’라는 이성적 명분은 빠르게 무너지고, 여정은 환각과 현실이 지독하게 뒤엉킨 악몽으로 변한다. 호텔 로비의 군중은 파충류 떼로 뒤틀리고, 도시 전체는 감각이 고장 난 거대한 무대로 바뀐다.
헌터 S. 톰슨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1960년대 반문화가 꿈꿨던 해방의 약속이 1970년대 초 미국에서 어떻게 퇴색되고 뒤틀렸는지를 네온에 휩싸인 광기의 라스베이거스로 증언한다. 테리 길리엄은 광각 렌즈와 불안정한 구도, 과장된 색채와 뒤틀린 음향을 통해 환각 상태를 재현하는데 이는, 이미 망가진 세계를 조롱하고 견디기 위한 저항의 수단으로도 보인다. 4K 복원 버전으로 테리 길리엄이 구축한 인공적인 지옥도를 선명하게 체험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 4월 25일(토) 16:00 <라스베가스의 공포와 혐오>에 이어 <대마초의 해독>이 상영됩니다.
[대담]
- 4월 25일(토) 16:00 <라스베가스의 공포와 혐오> + <대마초의 해독> 상영 후 참석자: 김홍준 감독, 이수정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