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 데이비슨에 몸을 싣고 서부개척의 신화를 비틀 듯 미국 남부와 동부를 향해 달려가는 두 청년 빌리(데니스 호퍼)와 와이어트, 일명 ‘캡틴 아메리카’(피터 폰다). 멕시코 국경 인근에서 성사시킨 코카인 거래의 대가를 연료탱크에 숨긴 채 이들은 ‘마디그라’가 열리는 뉴올리언스를 향해 길을 나선다. 여정 속에서 농장 주인, 히피 공동체, 그리고 알코올중독 변호사 조지 핸슨(잭 니콜슨)을 만나며 1960년대 미국의 자유와 폭력, 공동체와 배제의 풍경을 통과한다. 그들의 끝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해방이 아니라, 보수적 미국 사회의 적의와 파국이다.
데니스 호퍼가 연출과 주연을 맡은 <이지 라이더>는 ‘뉴 아메리칸 시네마’의 대표작 평가받는다. 베트남전과 연이은 정치적 암살(존 F. 케네디,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등) 이후 환멸과 불안을 겪던 미국 반문화 세대의 정서를 길 위의 이미지로 압축해냈다. 영화는 약물, 오토바이의 속도감, 록 사운드, 미국의 풍경이 빚어내는 찰나의 해방감을 포착하는 동시에 그 자유가 얼마나 손쉽게 육체의 파국으로 되돌아가는지를 날카롭게 드러낸다. 4K 복원판으로 상영되며, 뉴올리언스의 환각 시퀀스와 거친 질감, 불안정한 음향을 또렷하게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