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게임 디자이너 알레그라 겔러(제니퍼 제이슨 리)가 새로 선보이는 ‘엑시스텐즈’는 단순한 가상현실 게임이 아니다. 플레이어의 척추 하부에 삽입된 ‘바이오 포트’를 통해 연결되며, 신체와 직접 맞물리는 유기적 시스템으로 작동한다. 게임 테스트 도중 그녀를 암살하려는 시도가 벌어지고, 얼떨결에 경호를 맡게 된 홍보 담당자 테드 파이쿨(주드 로)은 알레그라와 함께 도망치는 신세가 된다. 두 사람은 기기의 손상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엑시스텐즈’의 세계로 접속하고, 현실을 정교하게 모방한 게임 속을 헤매며 가상과 실재의 경계가 무너지는 혼돈에 빠져든다. 그 과정에서 게임 속 인물과 사건들은 점차 현실에 등장하며 현실과 게임의 구분 자체가 서서히 붕괴하기 시작한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는 여기서 디지털적 추상을 생체적 물질성으로 치환한다. <엑시스텐즈>의 인터페이스는 차갑고 매끈한 기계가 아니라, 탯줄처럼 늘어지는 연결선과 살아 있는 조직처럼 꿈틀거리는 생체 장치의 형상을 띤다. 게임은 사용자의 정신만이 아니라 신체의 표면과 척추, 감각의 회로 전체에 직접 개입한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가상현실을 다룬 일반적인 SF라기보다, 접속 그 자체가 하나의 침습적인 육체적 사건이 되는 순간을 그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