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싱만이 삶의 전부인 청년 스피드 레이서(에밀 허쉬)는 가족이 운영하는 레이서 모터스와 함께 아버지 팝스가 만든 머신을 타고 트랙 위를 달린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전설적인 형 렉스를 우상처럼 숭배해왔지만, 렉스는 위험한 레이스 도중 목숨을 잃고 그 상실은 여전히 가족 전체의 상처로 남아 있다. 스타 드라이버로 떠오른 스피드는 거대 기업 로열턴 인더스트리즈의 회장 E. P. 아널드 로열턴에게 스카우트 제안을 받지만, 자본이 레이스 결과 자체를 조작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이를 거절한다. 이후 그는 레이서 X, 태조 토고칸, 인스펙터 디텍터와 얽히며 카사 크리스토 5000과 그랑프리로 이어지는 거대한 음모 속으로 뛰어들고, 가족과 팀의 힘으로 조작된 시스템에 맞서게 된다.
워쇼스키의 <스피드 레이서>는 가족 멜로드라마, 자본 비판, 레이스 영화의 공식을 한꺼번에 밀어붙이는 과잉의 영화다. 이 영화는 실사영화 안에 애니메이션적 감각과 디지털 합성의 논리를 전면적으로 도입한다. 전경과 배경의 위계는 흐려지고, 인물과 자동차, 색채와 빛은 전통적인 원근법보다 표면과 레이어의 감각을 앞세운다. 과장된 합성 이미지로 구축된 이 세계에서 카메라는 속도와 색채, 충돌과 운동을 실시간으로 조합하는 엔진처럼 작동한다. 그런 점에서 <스피드 레이서>는 ‘조립’ 섹션에서 가장 화려하고 노골적인 평면성의 사례 가운데 하나다. 현실 세계의 중력과 물리 법칙은 약화되고, 조립된 이미지와 표면의 쾌감이 지배하는 공간이 스크린 위에 펼쳐진다. 한국 배우 비가 태조 토고칸 역으로 출연해 당시에도 화제를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