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상 쇼걸이 되겠다는 욕망을 품고 라스베이거스로 흘러들어온 노미 말론(엘리자베스 버클리)은 스트립 클럽 ‘치타스’에서 일하며, 스타더스트 호텔 쇼의 의상 담당 몰리 아브람스(지나 라베라)와 함께 살아간다. 몰리의 도움으로 동경하던 스타 크리스탈 코너스(지나 거숀)를 만나지만, 돌아온 것은 차가운 모욕뿐이다. 그날 이후 노미는 더 높은 무대에 오르기 위해 스타더스트의 냉혹한 질서 속으로 들어가고, 그곳에서 재능과 노력만으로는 결코 설명되지 않는 쇼 비즈니스의 권력과 거래, 굴욕의 규칙을 체득해 나간다.
개봉 당시 이 작품은 미국영화협회(MPAA)로부터 드물게 NC-17 등급을 받았으며, 국내에서도 심의를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상영이 추진되며 논란을 낳은 문제작이었다. 폴 버호벤 감독은 1996년 골든 라즈베리상 7관왕이라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지만, 오늘날 <쇼걸>은 과잉된 연기와 노골적인 키치함, 인공적인 표면의 미학을 통해 자본주의적 욕망과 쇼 비즈니스의 추악한 메커니즘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작품으로 재평가된다. 이번 상영은 4K 복원판으로 육체를 집요하게 전시하는 시선과 라스베이거스라는 거대한 인공 기계가 만들어내는 현란하고, 요란하고 기묘한 감각을 더욱 선명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때 실패작의 대명사였던 이 영화는 이제 컬트적 숭배와 비판적 재독해가 공존하는, 불온한 ‘길티 플레저’ 중 하나가 되었다.
[강연] 강연명: 현실주의자가 되라, 현실을 연기하라! 일시: 4월 11일(토) 16:00 <쇼걸> 상영 후 내용: 영화는 오랫동안 눈앞의 현실에는 보이지 않는 미지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가정을 자신의 조건으로 삼아왔다. 이는 한편에서는 그 세계에 직접 도달하려는 시도로, 다른 한편에서는 현실 그 자체로부터 그것을 감각하려는 시도로 나타났다. 이러한 욕망은 현실의 한계를 밀어붙여 불가능을 현실로 만들고자 했던 급진적 요구와도 맞닿아 있었다. 그러나 이제 불가능한 것은 이미 현실의 형식으로 조직되며, 그 자체로 전도된다. 그 결과, 미지의 세계는 더 이상 현실의 바깥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작동한다. <쇼걸>의 무대인 라스베이거스는 이러한 전도의 공간이다. 그것은 존재할 수 없는 것들이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거대한 환락의 세트장이며, 동시에 어두운 욕망과 암투마저 스펙터클로 조직하는 장소다. 본 강연은 <쇼걸>을 통해, 현실과 쇼를 분리할 수 있는 바깥이 사라진 세계에서 영화가 그것을 어떻게 다시 연기하며, 그 안에서 가담하며 바라보는 위치를 어떻게 조직하는지를 살펴본다. 강연자: 이민호 영화연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