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는 카페. 젊은 남녀는 자살한 친구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여자는 친구의 죽음에 남자의 책임이 크다고 비난하고 남자는 항변한다. 카페 한구석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글을 쓰는 여자가 있다. 그녀는 카페에 있는 다른 커플의 이야기도 엿듣는다. 중년 남자배우는 경제 형편이 어려운 나머지 후배로 보이는 여자에게 월세를 낼 테니 같이 살 수 있겠냐고 묻는다. 영화는 이렇게 몇몇 사람들의 사연을 조금씩 엮어 나간다.
홍상수 감독은 <풀잎들>에서 ‘죽음’이라는 상황을 다양한 각도에서 들여다본다. 등장인물들은 죽음 때문에 괴롭거나 아프거나 허탈해진다. 유령처럼 떠도는 죽음의 그림자 안에서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는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된다. 관찰자의 시점에서 내레이션을 하는 김민희는 죽음을 상기시키면서 거꾸로 살아가는 것의 고귀함도 일깨워준다. 짧은 영화지만 울림은 길고 깊다. 슈베르트의 <즉흥곡>, 바그너의 <로엔그린>, <탄호이저>, 오펜바흐의 <지옥의 오르페우스> 등 드라마틱한 음악이 인상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남동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