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작업이 막혀 답답해하던 영화감독 중래는 후배 창래를 설득해 서해안 신두리로 짧은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뜻밖에도 여행길에 동반한 창래의 여자친구 문숙에게 마음이 흔들리며 묘한 관계에 빠져들고 만다. 홍상수 감독 특유의 '닮은 듯 다른' 이야기는 영화 후반부에 접어들며 흥미롭게 뒤집어진다. 홀로 다시 해변을 찾은 중래가 문숙과 묘하게 닮은 여인 선희를 만나게 되면서, 영화는 앞선 여행과 대칼코마니처럼 닮았으면서도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변성찬: 초기에는 자기 모멸적이고 냉소적이었던 영화적 성격이, 가령 감독과 인물 사이에 있던 영화적 거리감이 지금은 점점 좁혀져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때그때 소재에 따라 약간씩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그런 경향이 느껴지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해변의 여인>은 좀더 애정어린 긍정이랄까 그런 뉘앙스를 받는다.
홍상수: 물론 거칠었던 생각이 좀 정제된다거나, 나이 들면서 뭔가 조금 더 잘 보이는 게 있지 않겠나. 비유하자면, 전쟁터에서 겨우 일상으로 돌아온 사람이, 하여간 한동안은 그 전쟁터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제 점점 자기 집 개도 보이기 시작하고 그러는 거다. 내 경우도 어린 시절부터 안에 쌓였던 것들이 영화로 먼저 나왔던 것 같고, 그러면서 점점 지금의 나로서 말할 수 있는 것들을 표현하게 되는 것 같다." (변성찬, '홍상수의 <해변의 여인> 인터뷰', 씨네 21, 2006.09.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