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헤어진 남편의 부고를 듣고 독일로 향한 응우옌은 남편의 유골함과 유산처럼 남겨진 쿨리(피그미늘보로리스) 한 마리를 받게 된다. 급변하는 도시 하노이에서 그녀는 떠나간 과거를 반추하고 함께 사는 조카 번이 서둘러 결혼하려는 상황을 못마땅해 한다. 영화는 쿨리의 커다란 눈과 무심한 시선을 경유하여 급변하는 베트남의 현재 풍경 위로 더는 존재하지 않는 과거의 잔상들을 겹쳐 놓는다.
흑백은 제작여건 상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선택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중첩하고 인물들의 고립된 감정을 드러내는 효과적인 장치로 기능한다. 영화는 하노이의 현실적인 단면들과 베트남의 역사적 상흔, 환상적인 순간들이 교차하며 파편화된 기억과 현실이 대결하는 듯한 기묘한 감흥을 만들어낸다. 제74회 베를린 영화제에서 GWFF 최우수 데뷔작상을 수상했다.